"20분간 1,786개 매도"…빗썸 '코인 복사' 파문

입력 2026-02-09 17:14
수정 2026-02-09 20:58
'1786개 매도 물량' 대부분 회수 전산 장부·실제 보유 자산 정합성 점검
<앵커>

국내 가상자산 2위 거래소 빗썸이 60조 원대 규모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습니다. 개인의 ‘팻핑거’, 그러니까 '클릭 실수'에서 시작된 일인데, 시스템 신뢰와 규제 논의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증권부 이민재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이번 사태부터 정리해 주시죠.

<기자>

이번 빗썸 사태는 이벤트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에서 시작된 전형적인 팻핑거 사례입니다. 이벤트 보상으로 1인당 2,000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실수로 ‘2,000 BTC’로 입력한 겁니다. 분류를 잘못한 것인데, 문제는 이벤트 대상자가 695명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실수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장부상 총 62만 비트코인이 고객 계정에 잘못 들어간 겁니다. 빗썸은 약 20분 뒤에 오류를 인지했지만, 그 사이에 1,786 BTC가 실제로 시장에 매도됐습니다.

<앵커>

잘못 나간 비트코인, 회수는 제대로 된 겁니까?

<기자>

대부분은 회수됐고 남은 일부는 협의 중입니다. 우선 매도되지 않고 남아 있던 61만 8,214 BTC, 99.7%는 빗썸이 모두 회수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시장에 팔린 0.3%, 1,786 BTC인데요.

이 중 상당수는 매도 차익을 돌려받는 방식 등으로 정리되어, 약 93% 수준은 회수가 끝난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나머지 일부는 오지급 비트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샀다거나, 복잡한 거래를 거친 사례여서 당사자와 조율을 진행 중입니다.

<앵커>

투자자 입장에선 신뢰 문제가 더 클 것 같습니다.

<기자>

이번 사건의 본질은 ‘돈’보다 ‘신뢰’에 있습니다. 우선 가격부터 보면, 사고 당시 다른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은 9,000만 원 초반대였는데, 빗썸에서는 일시적으로 8,000만 원 후반까지 밀렸습니다. 당시 상황만 보면 사실상 패닉셀 구간이 나왔습니다.

오지급을 받은 일부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팔아버린 것도 문제지만, 최근 ‘크립토 윈터’ 우려 속에 불안했던 다른 투자자들까지 “또 무슨 일 난 거 아니냐”며 함께 던졌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경우, 단순히 빗썸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 ‘불안 심리’를 자극한 사건이 되는 겁니다.

빗썸은 이 부분에 대해 매도 차익 전액 즉 100%를 보상하고 10%의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등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 시스템 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원 실수 한 번으로 실존하지 않던 62만 비트코인이 장부에 찍히고, 그게 실제 매매까지 이어졌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런 일이 과거에도 있었던 것 아니냐”, “숫자만 왔다 갔다 하는 거래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혹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헷갈려 하는 ‘장부 거래’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디지털자산 거래소 모두 전산 장부에 숫자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합니다. 실물 자산이 움직이기 전이나 동시에, 장부상의 잔고가 먼저 찍히는 구조 자체는 전통 금융에서도 똑같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증권도 D+2 결제 구조처럼 장부상 숫자만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핵심은 ‘장부 거래냐 아니냐’가 아니라, 전산 장부와 실제 보유 자산이 항상 일치하는지 정합성을 얼마나 잘 점검하느냐입니다. 전통 금융은 장 마감 후에 ‘시재 맞추기’를 하듯, 디지털자산 거래소도 비슷한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 빗썸은 해결책을 내놨는데요. 실제 거래가된, 그러니까 장부상 비트코인에서 현실이 된 1,786 BTC 만큼 보유 비트코인을 투입하고 모자란 부분은 빗쌈이 매수했습니다. 현재 1,786 BTC 물량보다 더 많은 비트코인을 준비하고 있단 입장입니다.

<앵커>

디지털자산법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이번 사태로 ‘규제 강화론’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당국은 그동안 가상자산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 내부통제와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는 문제 의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는데요. 그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 준 셈이 됐습니다.

빗썸은 주말 동안 자체 조사 결과를 금융당국에 보고했고, 당국은 위법 소지가 확인되면 추가 현장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은 곧바로 법안과 시행령에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위는 이미 “무과실 책임 규정”과 “외부 점검 의무” 등을 가상자산법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상태입니다. 말 그대로, 실수든 아니든 사고가 나면 거래소가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법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런 불똥이 다른 규제에도 튈까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업계 전체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겠군요.

<기자>

업계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거래소 지분 제한, 은행 컨소시엄 지분 요건, 과태료 강화 등 규제안에 대해 “혁신을 막는다”며 반대하는 상황인데, 이번 사고 이후로는 “규제가 약해서 이런 일이 났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빗썸 이슈를 넘어 ‘업계 전체 규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래소 지분 보유 한도를 15% 안팎으로 제한하는 안이 실제로 도입되면, 빗썸뿐 아니라 네이버-두나무, 미래에셋-코빗 인수 같은 빅딜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달 초 단일안을 만들고, 다음 달 법안 발의를 목표로 했지만, 규제 논의로 일정이 연기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일정이 더욱 미뤄질 수 있습니다. 또는 방향 자체가 ‘산업 육성’에서 ‘감독 강화’ 쪽으로 더 기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방선거 일정까지 겹치면, 디지털자산법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산업 전체 성장 가로막는 과잉 규제로 이어지면 안된다며 혁신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이민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