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국 고액 자산가 해외 유출' 관련 보도자료로 '가짜뉴스' 논란을 빚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대해 감사를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9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주재한 '6개 경제단체 긴급 현안 점검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한상의의 지난 보도자료는 법정 단체로서 공적 책무와 책임을 망각한 사례”라며 "해당 보도자료의 작성, 검증, 배포 전 과정에 대해 즉각 감사를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안을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책 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 문책, 법적 조치 등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먼저 "대한상의를 소관하는 주무 장관으로서 이번 사안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대한상의가 상속제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인용한 통계의 출처는 전문 조사기관이 아니라 이민 컨설팅을 영업 목적으로 하는 사설 업체의 추계에 불과하다"며 "이미 다수의 해외 언론과 연구기관이 해당 자료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대한상의가 최소한의 검증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자료를 인용·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자료 어디에도 고액 자산가 이민의 원인으로 상속세를 지목한 내용이 없음에도 대한상의는 이를 자의적으로 상속세 문제로 연결해 해석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 장관은 "최근 1년간 우리나라 백만장자 유출이 2,400명으로 2배 증가했다는 주장 역시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세청에 따르면 연 평균 139명에 불과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대한상의뿐 아니라 다른 경제단체들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는 "정책 목적이 어떠하든,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사용하는 것은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법정단체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경제계가 공적 발언의 무게를 다시 한번 엄중히 인식하고, 스스로에 대한 검증과 책임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지켜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적 영향력을 지닌 기관이 사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는 그 파급력이 훨씬 크다. 산업부는 명확한 원칙 아래 단호하게 일관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아울러 정부정책과 현장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주요 단체, 협회들과 정책간담회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상의 박일준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이인호 상근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 중소기업중앙회 오기웅 상근부회장, 중견기업연합회 김민 전무 등이 참석했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지난해 한국인 백만장자의 해외 이탈이 2천400명에 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자료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 앤 파트너스의 통계를 인용한 건데, 해당 업체가 내놓은 통계가 기준 등이 불분명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보도자료를 두고 '고의적 가짜 뉴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대한상의는 지난 7일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