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 거둔 日자민당…역대최다 의석에 개헌발의선 넘어

입력 2026-02-09 08:14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역사적인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자민당은 역대 최다 의석수를 확보했다. 압승을 이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강한 권력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끈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3분의 2인 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했다고 9일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기존 의석수 198석과 비교하면 128석이나 늘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때인 1986년 총선에서 얻은 역대 자당 최다 의석인 304석을 뛰어넘은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012년 재집권 이후 총선에서 늘 자민당 대승 결과를 냈지만 당시에도 자민당이 300석을 넘기지는 못했다.

단일 정당이 중의원(하원)에서 의석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보유하면 현재 여소야대인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할 수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독주가 가능한 것이다.

자민당의 연정 상대인 일본유신회도 의석수를 기존 34석에서 36석으로 늘렸다.

여당의 전체 의석수는 352석이며, 여당 의원 비율이 4분의 3을 넘는 75.7%가 됐다.

최대 야당 '중도개혁 연합'은 기존 의석수가 167석이었지만 이번에 49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다.

종전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총선 직전 결성한 중도개혁 연합은 지역구 289곳 중 단 7곳에서만 승리했다. 입헌민주당 출신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202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제2야당 국민민주당은 종전 27석과 비슷한 28석을 얻었다. 우익 성향 야당 참정당과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안노 다카히로가 세운 신생 정당 팀미라이는 각각 15석과 11석을 얻었다.

젊은 층까지 파고든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와 60% 안팎을 기록 중인 높은 내각 지지율 덕에 자민당이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23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했을 당시에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이후 그는 전국 유세를 다니며 '강한 일본'을 호소해 판세를 바꿨다. 그가 유세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1만2천㎞가 넘었다.



조기 총선 승부수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그는 향후 '책임 있는 적극재정'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과 보수적 안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파적 외교·안보 정책을 다카이치 총리가 얼마나 과감하게 밀어붙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사히신문은 "여당이 수의 힘을 갖지 못한 취약 정권에서 '다카이치 1강'으로 변한다"며 "국민의 신임이라는 추진력을 얻었다고 본 다카이치 총리는 향후 '국론을 양분할' 정책 수행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일본 정부는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를 연내에 개정하고, 무기 수출과 관련된 일부 규제를 올해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가정보국 창설, 국기 훼손죄 제정 등에 열의를 보인다.

일본을 사실상의 '전쟁 가능 국가'로 변모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자민당과 유신회,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세력의 의석수 합계는 개헌안 발의선을 훨씬 웃도는 395석이 됐다. 기존 의석수는 261석이었다.

다만 당장 개헌안을 발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상태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에 열린다.

다카이치 총리는"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며 오는 18일 출범이 전망되는 새 내각에서 각료들을 대부분 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 투표율은 56.26%로 6회 연속 50%대를 기록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2024년 직전 총선의 53.8%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종전 이후 5번째로 낮았다.

투표일에 한파가 덮치고 눈이 올 것으로 예보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전 투표를 한 유권자는 2천701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2월에 총선이 치러진 것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