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서울 강남3구를 포함한 동남권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자 우위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2월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집계됐다. 이는 2주 연속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9월 첫째 주 이후 21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로 환산한 지표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매도 물량이 매수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 전체 평균은 105.4로 여전히 매도자 우위 흐름이 유지되고 있지만, 권역별로는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치며, 서울 내 다른 권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관악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은 108.4, 은평·서대문·마포구가 속한 서북권은 107.3을 기록하며 지난달부터 매도자 우위 국면이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임박하면서 강남권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고려해 매물을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오는 5월 9일 일몰 예정인 해당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이후, 일부 급매물이 시장에 등장하며 수급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매물 증가세도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4,185건으로, 1개월 전보다 24.5% 늘어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서초구는 6,962건으로 16.1% 증가해 4위, 강남구는 8,348건으로 15.4% 늘어 5위를 기록했다.
강남권에서는 호가를 낮춘 매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42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38억원까지 가격을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 해당 매물에는 '다주택자 급매물'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향후 매물 출회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에 이어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세금 부담을 의식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격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수요가 급격히 유입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동남권에서 다주택자 급매물 등 출현 빈도가 최근 있는 편이기는 하나 물량이 아직 크게 증가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30억원대 시장은 상급지 갈아타기 시장이고 수요자들이 대출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매물을 소화하기에는 대출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