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이 단계적으로 의무 도입된다.
또 2%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확정기여형(DC형)DP 한해 '기금형 퇴직연금'이 본격 도입된다.
근로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기존 ‘일시금 수령’과 같은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사정, 청년, 전문가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노사정 TF에는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중소기업중앙회, 청년,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이번 선언문은 2005년 제도가 도입된 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개선 방향에 대해 노사가 합의를 이룬 첫 사회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TF는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와 제도 선택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정은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핵심과제로 집중 논의했고, 이번 공동선언에서 기본 방향에 합의했다.
우선 노사정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퇴직급여의 사외적립)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업이 퇴직 시점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기존 퇴직금 제도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금융기관 등 외부에 적립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퇴직연금 도입률은 92.1%에 달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등에서 회사 경영이 악화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보호할 수 있고 임금체불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퇴직연금 의무화가 영세·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감안,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단계와 시기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조치도 이번 합의엔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사외적립 이행 실태를 파악해 현실적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규약 작성 등 사용자의 퇴직연금 운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마련하게 된다.
노사정은 또 중도 인출이나 일시금 수령 등에 대한 근로자의 선택권은 현행 퇴직연금제도와 동일하게 보장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나 중도 인출 제한 등과 관련한 내용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실태조사는 최대한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퇴직연금이 전면 도입되면 퇴직금 제도가 사양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동의하며 "다만 퇴직금 제도가 사라지면 일시금을 못 받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어 그것이 아니라고 합의문에 명확하게 못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은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을 위해선 사회적 협의체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관련해선 노사정 TF는 기존 계약형 제도와 기금형을 병행 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아닌 특정 운영 주체가 사용자 납입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기금화를 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노사정은 하나의 사업장에서도 계약형과 기금형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업장은 가입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형)에 적용되고 금융기관 개방형·연합형도 신규 도입된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수탁회사를 만들어 기금을 공동 운용하는 방식이고, 연합형은 일반 기업들이 연합해 하나의 퇴직연금기금 수탁회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공공기관 개방형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은 민간이 운용할 지 공적기관이 운용할 지, 운용 주체는 이번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 주체로 많이 예상됐던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연합형이나 공공기관 개방형 등 형태로 참여할 수는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금형이 선택의 영역으로 들어가 목표했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우리라는 우려엔 "전세계적으로 확정급여형(DB)이 아닌 DC 방식이 늘어나고 있고, 5∼10년 후면 사실상 전부 DC형으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노사정은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위한 급여이므로, 이를 기금화해 운영하는 수탁법인은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수탁자 책임'도 선언문에 명시했다.
이와 함께 이해상충 방지, 투명한 지배구조, 내부통제, 정부의 면밀한 관리·감독 등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수탁 법인의 이사회 및 기금운용전담기구 등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가입자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문구가 '퇴직연금을 환율 방어 등 정부 목표에 따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1년 미만 근무 노동자와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이번 노사정 공동선언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20여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핵심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처음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들이 제도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국회에서 원활히 논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