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도에서 살인과 강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승무원과 승객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승객에게 폭행당해 치료를 받던 독일철도(DB) 직원이 4일 병원에서 숨졌다. 사망한 직원은 36세로, 지난 2일 오후 독일 남서부 카이저스라우테른의 란트슈툴역을 출발한 지역고속열차(RE) 안에서 근무하던 중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중태에 빠졌었다.
그리스 국적의 26세 남성 용의자는 표를 구매하지 않고 열차에 탑승했다가 적발됐다. 피해 직원이 하차를 요구하자 머리를 수차례 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열차 내부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용의자가 바닥에 쓰러진 직원을 계속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는 DB에서 15년간 근무했으며 두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철도에 따르면 지난해 승무원을 상대로 한 공격은 3,000건 이상 발생했으며, 하루 평균 8건꼴이다. 피해자의 절반가량은 지역열차 승무원이었다. 철도노조는 예산 문제로 지역열차에 보안 요원이 동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승무원 2인 1조 근무와 보디캠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에도 함부르크 담토어역에서 철도 직원이 승객에게 폭행당해 뇌진탕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함부르크 지하철 1호선 반츠베크마르크트역 승강장에서는 25세 남성이 18세 여성을 강제로 끌고 철로로 뛰어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숨졌다. 용의자는 남수단 출신, 피해자는 이란 출신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독일은 지하철과 지역열차, 장거리 고속열차 승강장 어디에도 사고 방지용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다.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한국 등 다른 나라처럼 스크린도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철도업계는 역사 공간이 좁거나 곡선 구간에 설치된 역이 많고, 대부분 100년 이상 된 철도 시스템을 개조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베를린 대중교통 승객단체 IGEB는 재난 상황 발생 시 스크린도어가 오히려 대피를 방해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