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을 향해 주 정부가 맡아온 선거 관리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미국 헌법상 주정부 권한으로 분류되는 선거 관리 영역을 사실상 '국영화'하자는 주장으로, 위헌 논란까지 불거지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논객 댄 봉기노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민 문제를 언급하던 중 공화당이 미국의 선거를 연방 정부 관할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공화당은 '우리가 장악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며 "최소 15곳(주)에서 선거를 장악해야 한다. 공화당은 선거를 국영화해야 한다(nationalize the voting)"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주를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선거는 헌법에 따라 각 주가 주법으로 관리하는 구조다. 이는 중앙 권력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통적인 견제 장치로 평가돼 왔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기존 주장보다 한층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줄곧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으며,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의 투표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음모론도 반복해 제기해왔다. 이번 팟캐스트에서도 불법 이민자를 거론하며 "이 사람들을 몰아내지 못한다면 공화당은 절대로 다른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통제 강화 시도의 연장선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개입을 여러 방식으로 시도해왔다.
지난주 연방수사국(FBI)은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선거관리소를 압수수색해 2020년 대선 관련 투표용지와 기록을 확보했다. 이 지역은 트럼프 측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온 곳이다.
법무부 역시 전국 단위 유권자 명부 구축을 추진하며 각 주에 유권자 명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3월 시민권 증명 의무화, 우편투표 기한 제한 등 선거 절차에 변화를 주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 같은 시도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편투표 폐지와 전자투표기 사용 중단을 원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아진 배경으로 민주당의 최근 선거 연승을 지목했다. 민주당은 작년 11월 뉴욕시장 선거와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승리에 이어, 전날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주 주의회 상원의원과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과 14개월여 만에 나타난 큰 표심 변화는 출범 1년을 맞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의 확산, 악화한 민심이라는 흐름 속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