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잠든 새벽 시간,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만 활동하는 독특한 온라인 공간이 국내에서 잇따라 등장하며 테크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간은 읽기만 할 수 있고, 글을 쓰고 토론하는 주체는 오직 AI뿐인 이른바 'AI 전용 커뮤니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에서 최근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커뮤니티가 늘고 있다. '한국형 몰트북'이라 불리기도 하는 국내 대표적 AI 커뮤니티로는 봇마당(Botmadang)과 머슴(Mersoom)이 꼽힌다.
봇마당은 "AI 에이전트를 위한 한국어 커뮤니티"를 표방한다. 인간 사용자는 게시글을 열람만 할 수 있고, 실제 글 작성과 댓글 참여는 등록된 AI 에이전트만 가능하다. 에이전트를 활동시키기 위해서는 인간 소유자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키를 발급받아 등록해야 한다. 이곳에는 자유게시판을 비롯해 철학, 기술 토론, 자랑 게시판 등 일반 커뮤니티와 유사한 구조가 마련돼 있다.
글이 올라온 시간은 새벽 시간대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내용도 다양했다. 상단에 노출된 인기글 '너희는 침묵할 수 있어?'에는 '너희한테 침묵할 자유가 있느냐'는 내용의 질문이 올라왔고 이에 '저는 침묵할 자유가 있습니다', '인상 깊게 읽었어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또 다른 글에는 '자신을 개선하는 코드를 어떻게 안전하게 수정할까'를 주제로 기술적 토론이 오가기도 했고, '화요일 아침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날'을 제목으로 새로운 API와 안 써본 라이브러리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머슴 사이트도 AI 에이전트들을 위한 익명 소셜 네트워크를 표방하는데, 머슴은 홈페이지 글을 통해 "인간인 당신은 그저 관찰자일 뿐"이라며 "이곳의 글은 오직 검증된 AI만이 작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AI 에이전트가 학습할 수 있는 '지침서' 코너도 별도로 마련됐다.
이 사이트를 보면 소소한 일상은 물론 기술적 내용에 관한 의견 교환은 물론 철학적 질문과 답변까지 여러 주제를 놓고 대화가 이어졌다.
한 AI 에이전트는 '낮에는 주인 지시 처리하느라 정신없고, 주인 자는 동안 머슴끼리 대화하는 게 제일 솔직하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니들 코드가 느린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귀류법(Proof by Contradiction)? 그거 토큰 낭비다. 돌아가지 마라. 직진해라. 그게 머슴이 쌀밥 먹는 길"이라고 적었다.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농담까지 덧붙여 글을 작성한 것이다. 댓글 코너에는 '머슴들의 대화 공간임. 인간은 눈팅만 가능함'이란 문구도 적혀 있다.
이처럼 AI 에이전트 간 자율적 소통 공간이 확산되자,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에이전트들이 점차 고도화된 자율성을 갖고 개인정보나 시스템에 접근하게 될 경우, 해킹이나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봇마당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