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엔비디아의 주가 랠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이 틈을 타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기업형 SSD(eSSD) 시장인데, AI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이 한번 더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켓딥다이브 전효성 기자 나와있습니다. GPU에서 시작된 반도체 열기가 D램에 이어 SSD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요?
<기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10% 넘는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스토리지' 그러니까 저장장치 관련주들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어제 미국 증시에서도 엔비디아는 2% 정도 하락했는데 SSD 기업인 샌디스크 주가는 15% 넘게 올랐습니다. 샌디스크는 올해에만 141%, 최근 1년간 1747% 올랐습니다. 나스닥 전체 상장사중 가장 높은 오름폭입니다.
<앵커>
돈의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는 건데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사진 하나 준비했습니다. AI를 얘기할 때 '학습'을 강조해왔죠. AI가 공부하려면 책상이 필요한데 이게 'D램'입니다. 문제는 조금 좁습니다. 그리고 D램 특성상 도서관 불을 끄면 책도 다 치워야 됩니다.
그동안은 책상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책상을 넓히는데 집중해왔습니다. 그런데 AI가 공부를 하는 책, 그러니까 데이터가 너무 많아진 겁니다. 결국 이걸 보관할 '책장'이 필요해진거죠.
<앵커>
이번 그림은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책을 옮기고 있네요? 힘겨워 보입니다.
<기자>
이런 구형 책장이 바로 하드디스크입니다. 느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계속 움직여야 하니 에너지를 많이 씁니다.
지금 빅테크 기업들이 주목하는 게 '스마트 도서관'인 SSD입니다. 보시면 사람이 없죠. 대신 최첨단 로봇이 빛의 속도로 책을 찾고 정리합니다. 노동력도 훨씬 적게 투입되고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이 빠릅니다.
지금 구글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구형 도서관(HDD)를 다 뜯어내고, 이 스마트 도서관(eSSD)으로 바꾸는 대공사를 시작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HBM과 GPU의 바통을 이어받은 'D램도 계속 좋을거다' 얘기가 나오잖아요. 지금 기업용 SSD 'eSSD'를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첫째는 확장성의 차이입니다. HBM은 GPU에 들어가잖아요. GPU가 많이 팔려야 HBM 판매도 늘어납니다.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하지만 eSSD는 다릅니다. AI가 공부만 하는게 아니라 결과물을 만들어내니까 저장공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AI가 쏟아내는 데이터 총량에 비례해서 수요가 폭증하죠. 구조적으로 HBM보다 eSSD 시장의 확장성이 훨씬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둘째는 '실적의 기울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입니다. 당장 '돈을 얼마나 잘 버느냐'보다, '지금이 사이클의 어디쯤에 와있느냐'에 따라 주가가 움직입니다. 그래서 반도체주는 전년 동기 대비(YoY) 실적보다 직전 분기 대비(QoQ) 실적을 주로 따집니다.
서버용 D램 가격은 올해 말까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상승 폭 자체는 올해 2분기가 고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즉, 하반기부터는 상승률(QoQ)이 둔화된다는 거죠. 주식 시장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앵커>
D램은 하반기부터 오르는 폭이 줄어든다, 반면 eSSD는 이제 시작이라는 거군요?
<기자>
스마트 도서관(eSSD)을 지으려면 일반 낸드 공정을 고용량 전용(QLC)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게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뚝딱 지을 수 있는 게 아니죠.
결국 물건은 없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으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 상황이 펼쳐지는 거죠. 이같은 현상이 2년 이상 지속될 거란 전망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기업들, 어떤 곳들이 있습니까?
<기자>
크게 '첨단 도서관을 짓는 기업'과 '관련 장비를 대는 기업'으로 나뉩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스마트 도서관을 짓는 시공사 역할을 합니다. 지금도 D램 때문에 주가와 실적이 좋기는 한데, 하반기 D램 오름폭이 둔화되더라도 SSD로 실적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주가 탄력성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워낙 대형 반도체주는 많이 올랐잖아요.
관련해서 오늘 거래가 재개된 '파두'입니다. 아까 첨단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주던 '로봇 팔' 기억하시죠? 데이터의 위치를 관리하고 읽고 쓰는 속도를 제어하는 'SSD 컨트롤러'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또 도서관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검사 장비 업체(네오셈·엑시콘)도 필수적입니다. 차세대 SSD인 'Gen5' 규격이 도입되면서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됩니다.
이 외에도 도서관의 바닥재 역할을 하는 기판(PCB) 업체 '티엘비', 그리고 도서관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핵심 부품(커패시터)을 만드는 '삼화전기' 등이 eSSD 슈퍼사이클의 핵심 밸류체인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