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 대륙의 대표적인 번영 국가로 꼽히던 프랑스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에서 유럽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의 1월 자료 기준으로 2024년 프랑스의 1인당 GDP는 EU 평균보다 2%p 낮았다. EU 27개 회원국의 평균을 100%로 봤을 때 프랑스는 98%에 그쳤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EU 평균을 밑도는 성적이다.
프랑스는 평균 대비 99%를 기록한 키프로스에도 뒤처졌다.
IESEG 경영대학원의 에리크 도르 교수는 "이 순위는 구매력 기준으로 계산해 국가별 물가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며 "각국 국민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보면 룩셈부르크가 24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아일랜드 221%, 네덜란드 160%, 덴마크 127%가 뒤를 이었다. 몰타(110%)와 이탈리아(101%) 역시 EU 평균을 웃돌았다.
프랑스의 상대적 위상 하락은 독일과의 격차에서도 드러난다. 1975년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1인당 GDP는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독일(116%)과의 격차가 18%p까지 벌어졌다.
반면 과거 프랑스보다 크게 뒤처졌던 국가들과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2000년 당시 프랑스보다 생활 수준이 60%p 낮았던 폴란드(78%)와의 격차는 현재 20%p 수준까지 줄었다.
프랑스 경제동향관측소(OFCE)의 마티외 플란 부소장은 프랑스 경제가 2000년대 이후 두 차례 뚜렷한 하락 국면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2013∼2017년으로, 프랑스의 1인당 GDP가 EU 평균 대비 109%에서 103%로 급락한 시기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2020년 104%, 2021년 101%를 기록한 뒤 2022년에는 97%로 떨어지며 EU 평균 아래로 내려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계 구매력과 기업 지원에 나섰지만, 뚜렷한 반등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르 교수는 프랑스의 국가적 위상 하락이 단기 정책 실패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오래된 노동량 부족"이라며 "2024년 기준 프랑스 인구 중 절반도 일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 상황이 나쁜 국가는 슬로바키아와 벨기에 정도"라고 말했다. 청년층과 고령층 고용률이 유럽 최하위권인 데다, 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 역시 낮다는 설명이다.
생산성 정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나티시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누아 펠루알 투자 담당 이사는 "프랑스는 유럽 내 생산성 순위 7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수년째 정체돼 있다"며 "코로나 기간 기업에 해고를 자제하도록 유도한 결과, 다른 국가들이 겪은 노동시장 재조정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