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것 같은 얼굴, 나 같아"…中서 '와우'

입력 2026-01-31 16:00
수정 2026-01-31 16:25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슬픈 표정의 말 인형'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당초 제작 실수로 탄생한 이 인형은 과로와 무력감에 시달리는 중국 청년들의 감정을 대변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제작된 이 인형은 지난해 중국 동부의 한 상점에서 처음 등장했다. 대부분의 인형들이 웃는 얼굴로 복을 기원하는 것과 달리, 이 말 인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시선을 끌었다.

사실 이는 입꼬리 방향을 거꾸로 꿰맨 재봉 불량으로 인한 것이었다.

야망과 성장, 힘찬 기운 등을 상징하는 붉은 말이 재봉 실수 하나 때문에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고, 중국 젊은이들은 바뀌어버린 새 표정에 강하게 공감했다.

이 인형은 중국어로 '우는 말'을 뜻하는 '쿠쿠마'(哭哭馬)라는 별칭을 얻으며 온라인에서 곧 열풍을 일으켰다. 회사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관련 해시태그는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 1억9천만회 이상 노출됐다.

현재는 재봉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슬픈 표정을 한 '우는 말' 인형이 제작돼, 저장성 이우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유통되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우는 말'과 '웃는 말'을 모두 사서 회사와 집에 각각 둬야한다는 말도 유행처럼 번졌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이 중국 사회 전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수십 년간의 고속 성장으로 빈곤 인구가 크게 줄고 중산층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성장 둔화와 임금 정체로 사회적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을 일하는 '996 근무제'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권장돼왔으나 최근 들어 젊은이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스포츠에서 이미 승세가 기운 경기가 진행되는 막판 시간을 가리키는 '가비지 타임'이라는 용어가 젊은이들의 무력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로 확산하기도 했다.

NYT는 중국 젊은 세대의 번아웃(burnout·극도의 피로와 의욕 상실)을 상징하는 목록에 슬픈 말 인형이 오르게 됐다고 짚었다. 젊은이들이 소비 생활에서도 부나 물질적 성공을 과시하는 대신 정서적 위로나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물건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