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에 '고공행진'…유럽, 환호 대신 '불안'

입력 2026-01-29 19:52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유럽은 달러가 약해질 때마다 유로화의 위상이 강화된다며 반겼지만, 최근 흐름을 두고는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로화 급등이 물가와 수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 따르면 유로화는 지난 27일 장중 1유로당 1.2081달러까지 치솟았다. 2021년 6월 이후 약 4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프랑도 달러 대비 1.3151까지 오르며 201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환율 급변의 배경으로는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 강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 여기에 달러 약세를 문제 삼지 않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우리는 항상 강달러 정책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로화는 여전히 1.2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외환시장과 통화당국은 그동안 1유로당 1.20달러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해 왔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지난해 "1.20달러 정도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이상이면 훨씬 복잡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CB가 특히 경계하는 부분은 물가다. 지난해 12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목표 수준에 안착했다. ECB 역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약달러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에 추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 강세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향후 몇 달간 통화정책과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올여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우려는 더 크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달러 환율을 오랫동안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독일 수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