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단일종목 2배 ETF 판 열린다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01-29 14:50
수정 2026-01-29 15:00
개별주식 2배 ETF 출시 가능하도록 제도 개편 2배 ETF, 오를 때 더 사고 내릴 때 더 팔아 꼬리(ETF)가 몸통(주식) 흔드는 현상 빚어질 것
<앵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2배 ETF에 투자하는분들 많으시죠. 국내에서도 이런 '단일종목 2배 ETF'가 출시될 전망입니다. 마켓딥다이브 전효성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이제 삼성전자 2배 ETF, SK하이닉스 2배 ETF 같은 상품을 보게 되는 겁니까?

<기자>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개별주식 2배 ETF가 나올 수 없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28일) 한국에서도 2배 ETF가 출시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는데요. 현실화된다면 이제 한 종목에 대해 '묻고 더블로 가는' 상황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앵커>

개별 종목을 2배 ETF로 만들면 개별 종목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까?

<기자>

구성 원리부터 살펴봐야 하는데요. '삼성전자 2배 ETF'라고 해보죠. 1천억원을 가지고 2천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산 효과를 내고 싶은 겁니다.

2배 ETF에 1천억원이 유입됐다고 가정해보죠. ETF를 만든 운용사들은 500억원어치만 삼성전자 주식을 삽니다.

돈 많은 투자은행(IB)과 계약을 맺습니다. IB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관계없이 수수료만 받는게 목표입니다. 운용사들은 주식 사고 남은 돈 500억원을 IB에 맡깁니다(담보금).

IB는 자기 돈 1500억원을 가져와서 삼성전자 주식을 삽니다. 운용사가 산 삼성전자 주식 500억원, IB가 산 1500억원이 합쳐지면 2천억원이 되죠. ETF에 유입된 돈은 1천억이지만 2천억원짜리 판이 설계가 된 겁니다.

IB는 수수료만 먹는게 목표니까 수익률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헷지). 삼성전자 주식 1500억에서 1% 수익(+15억원)이 나면 그걸 운용사에 건네줍니다. 주가가 1% 떨어지면(-15억) 15억원을 운용사가 맡긴 담보금에서 가져가는 거죠. IB는 수익도 손실도 보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투자자는 1천억원의 돈으로 2천억원어치의 수익·손실을 얻는 구조가 됩니다. 2배 ETF는 운용사가 IB와 맺은 '2배 수익·손실 계약서'를 쪼개서 파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개별 종목 2배 ETF가 시장에 나오면, 해당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내리면 더 파는 구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에 호재 소식이 나와서 주가가 10% 오르고 있다고 가정해 보죠. 1천억원이 투입된 2배 ETF에 들어있는 돈은 2배 수익률 20%를 반영해서 1200억원이 됩니다.

운용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500억)은 10% 올라서 550억원, IB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1500억원)도 10% 올라서 1650억원이 됩니다. 합치면 2200억원이죠.

문제는 내일입니다. ETF에 들어간 돈은 1200억원입니다. 내일 2배 판을 설계하려면 2400억원의 주식이 필요합니다. 운용사·IB가 가진 주식을 합쳐도 200억원어치가 더 필요하죠.



IB는 내일 2배 판을 만들기 위해 200억원을 가져와서 삼성전자 주식을 장 막판에 매수합니다. 단시간에 매수세가 몰리다보니 주가가 튀는 오버슈팅이 나오게 됩니다. 장중에 10% 상승하다가 12% 상승으로 마감하는 거죠.

10% 올라야 했을 호재인데 12%가 올랐으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일 오전에는 투매가 나와서 2% 하락 출발하게 되죠.

반대로 장중에 주가가 떨어질 때는 장 막판에 2배 ETF에서 나오는 매도세가 쏟아져 떨어지는 폭을 더 키울 수도 있죠. 결국 ETF라는 꼬리가 주식이라는 몸통을 흔드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공매도 우려도 있습니다. 운용사는 ETF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500억원어치를 그대로 놀리지 않을 겁니다. 이 주식을 공매도 세력에 빌려줘서 대차 수익을 거두려 하겠죠. 2배 ETF 설정액이 커질수록 시장에 풀리는 대차 물량(빌릴 수 있는 주식)도 많아져서 공매도가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앵커>

개별 주식의 변동폭이 장을 마감하기 직전에 커질 수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한국에서 더 심화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워낙 한국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를 좋아하잖아요.

테슬라 2배 ETF(TSLT)의 한국인 지분이 40%에 육박하고, 비트마인(MBNU)과 팔란티어(PLTU) 2배 ETF의 한국인 비중도 37%, 31% 수준입니다. 나스닥 3배(TQQQ), 반도체 3배(SOXL)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각각 5조원 정도 들고 있습니다.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에 들어오는 돈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매수에서 2배 ETF로 옮겨가기 시작하면 그만큼 본 주식의 변동폭은 커집니다.

미국이야 워낙 투자규모가 큰 시장이라 개별주식 2배 ETF로 인한 변동폭이 제한적이지만 한국은 시장 규모도 작고 개별 종목들의 시총도 상대적으로 가볍죠. 워낙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좋아하는 것도 변수고요.



<앵커>

그래도 투자자들이 기다렸던 2배 상품인데 언제쯤 출시가 될 것 같습니까?

<기자>

당장 출시는 어렵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지는 구조의 상품인 만큼 법적인 절차와 철저한 상장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요.

먼저 내일 금융위 입법예고가 예정돼 있는데 이게 최장 40일 정도 걸리고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려면 또 2~3개월 정도 걸립니다. 여기에 개별 종목 2배 지수 개발해야되고요, 거래소 심사도 최장 45일 걸립니다.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2배, SK하이닉스 2배 상품이 상장되려면 5월 이후는 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운용사들을 취재해보니 2배 ETF 시장이 열리면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내일 입법예고에서 개별주식 2배 ETF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되면 지수산출기관(한국거래소, Fn가이드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ETF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운용사들의 치열한 ETF 점유율 경쟁이 2배 ETF에서는 기본보다 2배 이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