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넘친 물' 안 닦는다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01-27 14:59
국내주식 비중 0.5%p 상향…14.4%→14.9% 11월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 17.0% 달해 '기계적 리밸런싱' 한시적으로 유예 공격적 매수 아닌, 하방 지지하는 수비적 성격
<앵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국민연금의 자금 보따리가 풀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마켓딥다이브 전효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0.5%포인트(p) 높이기로 했죠,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다를것 없다는 평이 많았죠.



<기자>

이번 조치는 '적극적인 매수'가 아니라 '기계적인 매도를 멈추는' 방어적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국내주식을 더 보유할 수 있도록 바뀌긴 했지만 중요한 건 현재 상황이죠.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국내주식은 약244조 8천억원으로 전체 기금 자산(1437조원)의 17% 수준입니다. 어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로 높였지만 이미 한도까지 가득찬 상황인거죠.

이것도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추산한거라 12월부터 현재까지 상승분은 반영돼있지 않습니다. 연말 연초에 해외주식보다 국내주식이 더 크게 올랐으니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7%보다 더 높아진 상황일 겁니다.

물론 전략적 허용범위라고해서 +5% 비중을 더 가져갈수 있는데 그렇게 해도 국내주식은 최대 19.9%까지 밖에 못 담습니다. 다시 말해 원칙적(목표비중)으로는 이미 한도를 넘었고, 허용치를 최대로 넓힌다 해도 추가할 수 있는건 2.9%p, 금액으로는 41조원 수준입니다.

오늘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이 4090조원 정도니까 연기금이 추가로 기여할 수 있는 비중은 코스피의 1% 수준인 셈입니다.



<앵커>

결국 룰을 바꾼다 해도 공격적인 매수 주체는 되기 어렵다는 얘기인거 같습니다. 그래도 증시 하방을 받치는 수비수로서의 역할은 기대가 된다고요?

<기자>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는 사진 두 장을 준비해봤습니다.

먼저 좌측 사진을 보시면, 작은 컵에 물이 가득 차서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탁자 위로 흐른 물을 누군가 계속 닦아내고 있죠.

오른쪽은 비슷한 사진이긴 한데, 테이블 위에 넘친 물을 닦는 물걸레가 사라진 모습입니다. 물은 여전히 찰랑거리고 있고요.

사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 물이 넘치면(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초과되면) 그때마다 기계적으로 물을 닦아내야 하는, 주식을 팔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어제 기금위의 결정은 '넘친 물을 닦지 않겠다', 다시 말해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기계적인 매도는 멈추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추가로 물을 더 붓진 못해도, 적어도 닦아내지는 않음으로써 시장의 하락 압력을 줄이겠다는 '소극적 지지' 의사로 풀이됩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코스피 5천의 바통을 이어받아서 증시 부양의 추가적인 카드로 활용될거다, 특히 코스닥 부스팅의 카드로 활용될거다, 이런 전망도 있었는데 이런 내용은 없었던 셈이네요.

<기자>

기금위 회의가 이례적으로 1월에 열리면서 이같은 전망이 나왔었습니다. 국내증시가 달리는 상황에서 '큰 손'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체가 회의를 가진다니 이를 시장에선 증시부양카드로 해석한 거죠.

하지만 국민연금이라는 거대 조직의 생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1년 단위가 아니라 5년 단위의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계획은 지난해 5월에 이미 수립됐는데 불과 반년 만에 당장 증시가 좋다고 혹은 코스닥을 부양해야 한다는 논리로 원칙을 뒤집는 건 기금위 입장에서도 부담이 컸을 겁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담보로 하는 결정인 만큼, 단기적인 부양책보다는 기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매도만 멈추는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래도 코스닥, 중소형주 투자하시는 분들은 섭섭할 것 같습니다. 어제 코스닥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코스피 대비 상승폭은 적고, 코스닥 중소형주는 주가가 떨어진 곳도 많잖아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코스닥에 들어오는 국민연금의 새 돈은 없습니다.

현재 유입되는 자금은 기존에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와 약정해뒀던 것을 2~3일 주기로 100억~200억원 정도 집행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다 보니 은행과 증권사에 코스닥 ETF 판매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자금 수혈이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증권사와 은행의 도움을 받아 '간접 부양'이라도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이 코스닥의 공격적인 매수 주체가 되려면 빨라야 올해 3분기는 돼야 가능하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당장 다음 기금위 회의에서 코스닥을 벤치마크에 반영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벤치마크를 새로 만들고, 운용사를 선정하고, 실제 자금이 집행되는 절차에만 최소 4~5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명분입니다. 시총 1위 기업마저 떠나려 하고 하루에 주가가 20%씩 급락하는 코스닥 시장에, 정치권 논리로 국민의 소중한 퇴직연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이 부분에 대한 냉철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연기금의 코스닥행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