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에…"美에 맡긴 금 가져오자"

입력 2026-01-25 09: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대서양 동맹의 균열 조짐 속에 독일에서 미국에 예치한 금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독일의 경제 전문가들과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뉴욕 연방준비제도(Fed)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독일의 금을 독일로 돌려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금 보유국이다. 독일이 보유한 전체 금 가운데 37%, 약 1,236t이 뉴욕에 예치돼 있으며, 이는 1,640억유로(약 282조원) 규모다.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조사국장 출신 경제학자 에마누엘 뫼른히는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그렇게 많은 금을 보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며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금 송환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와 돌발적 외교 행보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하며, 이에 반대하는 독일 등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미하엘 예거 유럽납세자연맹(TAE) 회장은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며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약 미국의 그린란드 도발이 계속된다면 독일 중앙은행이 금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며 독일 재무부와 중앙은행에 금 송환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 송환 이슈는 독일 제1야당인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애국주의를 앞세워 제기해왔지만, 최근에는 논의가 주류 경제계와 진보 진영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녹색당의 재정 담당 대변인 카타리나 베크는 "금이 지정학적 분쟁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며 송환론에 힘을 실었다. 울리케 네이어 뒤셀도르프대 경제학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다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 대변인은 금 송환을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내부에서도 금 회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달러 패권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접근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적대 국가를 압박해온 전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수단은 자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 도구로 더욱 노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