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금융 시장은 영국입니다. 세계 3대 거래소인 런던거래소는 전세계 선물·옵션 거래의 절반을 담당합니다. 발전된 금융기법을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도 할 수 없는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역시 이 곳에서 이뤄집니다. 고배율 투자만큼, 영국 시장은 투자의 위험성을 감수하기 위한 분석도 함께 발달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 레버리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레버리지셰어즈(Leverage Shares)의 시장 분석을 한국경제TV에 옮겨 싣습니다.]
TSMC(티커: TSM)의 FY 2025 4분기 실적(2026년 1월 15일 발표)은, 직전 회계연도 대비 FY 전체로는 여러 긍정적 흐름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뚜렷하게 ‘미온적’이었다. 미국 상장 티커는 다음 거래일 종가 기준 0.22% 상승에 그친 반면, 대만 상장 티커(“2330.TW”)는 약 3% 상승했다.
미국 시장의 관점에서는, 손익계산서의 항목별 개선 자체보다도 제품 믹스의 변화와 향후 가이던스가 더 큰 관심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추세 분석
FY2025는 최근 5년 중 TSMC의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해였다.
출처: TSMC,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또한 순이익과 희석 EPS의 성장 흐름은 FY2022의 고성장 국면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는데, FY2022는 AI 붐이 본격화되며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주문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비용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TSMC의 FY2025 3분기 때 관찰됐던 흐름과 대체로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1 다만 R&D 비용은 5년 내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매출 대비 R&D 비중은 FY2024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는 점이 함께 제시된다.
출처: TSMC,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종합하면, 매출·순이익·R&D 비용은 FY2022의 고점 수준에 근접해 있고, 희석 EPS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났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최소한 일부가 ‘회사의 신중한 전망 제시’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가이던스 우려
TSMC는 수익성 측면에서 견조한 추세를 보여줬지만, 향후 전망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총이익률은 62.3%로 개선됐으나, 장기 가이던스에서는 2029년까지 장기 총이익률이 “56% 이상”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음을 언급한다.
또한 FY2024 대비 FY2025의 매출 성장률 36%는 둔화돼(미국 달러 기준) “25%에 근접”할 것으로 제시됐으며, 현재 회계연도에는 FY2025 대비 매출이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TSMC의 지역별·플랫폼별 매출 기여도는 시간이 갈수록 ‘집중(concentration)’되는 신호가 커졌다는 점이 강조된다.
출처: TSMC,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Q4 FY2025 기준으로 고성능 컴퓨팅(HPC, 통상 데이터센터용 제품)이 매출 기여도에서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한 반면, 다른 세그먼트는 FY2018 말 이후 순감소 흐름을 보였다. FY2025를 FY2024와 비교하면 HPC 비중은 58%까지 더 올라갔다. 또한 FY2025에서 FY2024 대비 성장한 웨이퍼 기술은 HPC 3nm와 5nm뿐이며(각각 엔비디아 블랙웰, 호퍼 GPU 등에 사용), 이 둘의 합산 기여도가 60%에 달했다고 서술한다.
지역 기준으로는 매출의 ‘4분의 3에 조금 못 미치는’ 비중이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과거 5년 동안 중국과 아시아-태평양이 두 자릿수 기여도 진입 조짐을 보이긴 했지만, 현재는 다른 어떤 지역도 두 자릿수에 올라 있지 않다고 정리한다.
앞으로의 그림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TSMC의 경제적 해자는 재무적으로는 강력하지만, 지정학이 ‘덜 글로벌화된 질서’로 이동할수록 전략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는 관점이 제시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동맹과 경쟁국 모두를 상대로 취해 온 최근 행보를 고려할 때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핵심 성장 지역에 ‘국가 대표급’ 파운드리·팹이 구축되고, 그에 맞는 칩 기술 체계가 지역별로 정렬되는 일이 과거에는 시간문제로 여겨졌다면, 지난 1년 동안 그 타임라인이 더 당겨졌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1월 16일까지 연초 이후(YTD) 성과를 보면, TSMC의 미국 상장 티커는 6.9% 상승했고 대만 상장 티커는 같은 기간 9.8% 상승했다. 밸류에이션 상승의 상당 부분은, TSMC가 엔비디아·AMD 등 AI 관련 종목의 ‘상대적 고평가’에 대한 방어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엔비디아부터 애플까지 주요 칩 설계사 대부분이 TSMC 파운드리에 의존하므로, 이들 기업의 매출 증가가 TSMC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TSMC의 핵심 생산거점이 대만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의 대만 강제 통합 관련 수사가 최근 크게 고조되는 환경에서, 미국 등이 제공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가장 강력한 보증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안전장치’ 기대가 대만 상장 주가가 미국 상장 주가보다 조금 더 강하게 움직인 배경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다만 종합적으로 볼 때, 글로벌 지정학, 미국 내에서 최근 분기 동안 점차 힘을 얻어 온 ‘AI 도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회사가 스스로 표명한 매출·이익 성장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감안하면, 주가가 크게 급등하는 시나리오는 전반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최소한 다음 분기 정도의 기간에는 강세 전환에 대한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