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내근로복지기금, 복지제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다

입력 2026-01-28 10:41
중소기업 현장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발견했다. 인재 유출로 고민하면서도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을 미루는 대표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먼저 현실을 살펴보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복지비용은 15만1천원, 대기업은 43만4천원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12만7천원으로 더 열악하다. 이 격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리 회사는 가족 같아요"라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우수 인재를 붙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구직자들은 이미 복지 수준으로 회사를 평가하고 있고, 좋은 직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사실 해법은 눈앞에 있다. 바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다. "대기업에서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면, 아마도 오래된 정보에 머물러 있는 것일 수 있다. 현장에서 보면 중소기업 대표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바로 이것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대기업만의 제도쯤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실상은 정반대다. 정부는 올해 전년 대비 28% 늘린 299억원을 중소기업 복지기금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설립하면 출연금의 최대 100%를 정부가 매칭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4억을 내면 8억이 되는 구조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실무에서 자주 듣는 또 다른 우려가 있다. "우리 회사는 이익이 불규칙해서요"라는 말이다. 사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기금 출연은 전액 손비 인정되어 법인세를 줄인다. 이익이 많이 난 해에 기금을 많이 출연해 세부담을 낮추고, 어려운 해에는 출연을 줄이면 된다. 이만큼 유연한 재무 전략도 드물다. 게다가 근로자가 기금에서 받는 장학금이나 주택자금에는 증여세가 없고, 이 금액은 임금이 아니라 4대보험 부담도 줄어든다. 기업과 직원이 동시에 세금을 아끼는 구조다. 그런데도 많은 대표들이 ‘나중에 여유 있을 때’라며 미루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 나중은 생각보다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금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왜 이게 전략적 도구인지 분명해진다. 주택자금 지원, 자녀 장학금, 생활안정자금 대출, 문화체육활동 지원, 복지시설 운영까지. 직원의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월급을 10만원 올려주는 것과 자녀 학자금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 직원에게 어느 쪽이 더 와닿을까? 답은 명백하다. 급여 인상은 세금과 보험료를 떼고 나면 체감도가 떨어지지만, 기금 지원은 비과세로 직원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이게 바로 영리한 복지 전략이다.

물론 유의할 점은 있다. 설립은 비교적 쉬워도 해지는 어렵다. 한번 만들면 장기적으로 운영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금은 근로자 복지에만 써야 한다. 회사 운영자금으로 전용할 수 없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설립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봤다. 또 하나, 임원은 원칙적으로 수혜 대상이 아니다. 법인은 독립된 존재고 대표는 근로자가 아니다. 이런 기본을 놓치면 나중에 세무 문제로 곤란해질 수 있다.

설립 절차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노사가 합의하고,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 고용노동청 인가를 받고, 등기하면 된다. 출연금은 보통 세전 이익의 5% 정도를 기준으로 하되, 기업 사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부담스럽다면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러 중소기업이 함께 기금을 만들면 정부 매칭 지원도 받고 운영 부담도 나눌 수 있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830개 기금에 1,137억원이 지원됐고, 123만 명이 혜택을 받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차이는 채용 공고만 봐도 나타난다. 복지 항목에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이라고 명시된 회사는 구직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성과공유형 기업으로 분류되면 기업신용도 평가에서 가점을 받고, 병역특례 선정 때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직원 이탈률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현장에서 본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노사관계다. 기금 운영에 직원 대표가 참여하면서 경영 현안을 함께 고민하게 되고,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의 이해도가 달라진다. ‘대표만 좋은 거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우리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구나’라는 신뢰로 바뀌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인재는 곧 경쟁력이다. 제품 경쟁력도, 기술력도, 결국 사람이 만든다. 좋은 인재를 붙잡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비전을 이야기해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단순한 복지 제도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과 세제 혜택을 적극 활용하지 않은 채, 인재 유출을 걱정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 바로 적기다. 내년이면 지원 규모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경쟁사가 먼저 설립해서 우수 인재를 끌어갈 수도 있다. 다만 기업 환경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고, 기금의 운용방법에 대한 제한이 있어도 투자의사결정이나 내부 통제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설립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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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 김을회, 배선이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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