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 금 가격에 이어 은까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으로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데요.
은 생산량 세계 1위인 고려아연이 때 아닌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은 가격이 얼마나 오르고 있는 겁니까?
<기자>
3월물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94달러 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치인데요.
금 가격 올랐다는 말,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1년 새 금보다 은이 더 뛰었습니다.
지난해 말 70달러 대였던 은은 올해 들어서 폭등하기 시작했죠.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긴장감 때문인데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인데요.
2월부터 10%, 6월부터 25%를 적용합니다.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매입이 이뤄질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지정학적 위기로 은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산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중국 역시 은에 수출 하가제를 도입하면서 자원 무기화에 나선 상황이죠.
씨티그룹은 향후 3개월 내 은값이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중국이 금을 통제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요. 은 수출을 조이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은 실물로 전 세계 산업을 통제할 수 있어서입니다.
금과 달리 은이 없으면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습니다. 은은 산업의 기초 소재이기 때문이죠.
은 절반 이상은 태양광 패널이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및 전력 인프라 등에 쓰입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나 AI 수요가 커지면서 은 강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반사 이익을 은을 생산하는 업체가 가져가겠죠. 고려아연이 대표적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은 매장량은 중국이 가장 많습니다.
다만 은 생산량 세계 1위는 고려아연입니다. 매장량과 생산량은 엄연히 다른 의미인데요.
고려아연은 온산 제련소에서 연간 약 2,000톤(t)의 은을 생산합니다.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가장 많고요. 전 세계 수요의 5%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은을 생산해서 파는 업체기 때문에 은 가격이 뛰면 당연히 수혜를 입죠.
실제로 고려아연의 지난해 3분기까지 합산 은 매출은 2조3,465억원이었는데요.
2024년 연간 은 매출과 가깝죠. 2025년 전체로는 3조원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은 덕분입니다. 4분기 실적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고려아연은 매출 4조6,325억원, 영업이익 3,468억원이 예상됩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88.40% 뛰는 건데요.
올해는 매출 18조,9210억원, 영업이익 1조3,005억원으로 '매출 20조원 시대'에 가까워질 전망입니다.
<앵커>
은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오는데 고려아연은 은을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
<기자>
고려아연의 주력 제품은 아연입니다. 아연 비중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은인데요.
고려아연은 은을 캐서 파는 구조가 아닙니다.
주로 아연 같은 비철금속을 제련하는데요. 이 원광에 은 같은 희소금속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려아연이 아연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은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은을 의미있는 물량과 순도로 회수하는 데에는 고난도 제련 기술이 필요하고요.
고려아연은 업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입니다.
광산을 따로 개발하거나 설비를 과도하게 더 짓지 않아도 은을 추출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은 가격이 이렇게 오르니까 특히 영업이익이 크게 뛸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실제로 2023년부터 고려아연의 영업이익률은 6% 대로 떨어졌는데요.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로 영업이익률을 계산해 보니 7.49%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은이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는 최근의 흐름을 짚으며 "고려아연의 핵심 아이템은 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에도 투자하지 않습니까?
<기자>
고려아연은 지난달 총 11조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짓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아연이나 은 같은 핵심 광물을 생산할 예정인데요.
중요한 점은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로 들어온다는 겁니다. 고려아연은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합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와의 합작 법인 크루서블 JV가 2조8,000억원을 투입합니다. 이후 지분 약 10%를 취득하기로 했고요.
현재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입니다.
영풍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분율이 14% 정도 벌어져 있는데요.
이번 유상증자로 영풍·MBK파트너스가 42.11% 최 회장 측이 29.57%로 희석될 전망입니다.
지분 10%를 보유한 미국 정부와의 JV가 최 회장 우호 세력으로 편입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40%에 육박합니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어렵게 됐습니다.
경영권 리스크가 해소되는 동시에 정치적 안전판까지 생긴 셈인데요.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제거되는 만큼 고려아연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