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여만명 명으로 추산되는 배달·택배기사,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특고)·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간주해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입법이 본격화된다.
또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민사 분쟁에서 노동자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하는 '노동자추정제'도 도입된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노동자추정제는 민사상 분쟁에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노동자가 노동자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현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자 측이 오히려 반증하도록 분쟁 구조를 뒤집는 내용이다.
현재 특고·프리랜서는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돼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려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추정제가 도입되면 일단 근로자로 간주되고, 플랫폼 기업이나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분쟁에서 패소한다.
특고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퇴직금 등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무제공 사실을 증명하고, 플랫폼 기업이나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지 못 하면 노동자로 인정된다.
분쟁 범위에는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탕으로 개별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도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특고·플랫폼종사자, 택배기사, 프리랜서 등의 노동자성 인정이 수월해져 주52시간제,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퇴직금 분쟁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았다고 나머지 분쟁에서도 노동자로 간주되는 건 아니다. 분쟁마다 별도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부는 권리 밖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이 법에 따르면 계약 형식과 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 등을 받으면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사실상 자영업자가 아닌 모든 일하는 사람이 여기에 포함된다.
노동자추정제를 통해서도 노동자로 분류되지 못하는 이들까지 기본법은 광범위하게 포괄해 노동자로 분류되지 못한 라이더의 기본권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기본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체결 및 적정 보수 등을 보장받을 권리, 사회보장적 권리 등 8가지 권리를 명시한다.
또한, 국가와 사업주에 대한 책무 규정도 담고 있다.
사업주는 균등 처우와 성희롱·괴롭힘 금지, 안전·건강 등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사회보험·모성보험 등 사회보장적 권리 보장에 노력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공정계약과 부당해지 제한, 보수 지급 등 경제적 권리는 사업주에게 실질적 의무로 부여하며, 국가는 분쟁 예방과 분쟁 발생 시 조정 역할을 수행한다.
체불이나 계약해지 등 경제적 분쟁에 한해서는 노동위원회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한다. 이때 조정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가진다.
성희롱·괴롭힘 피해는 노동부가 산하에 '일하는사람 권리지원재단'을 만들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에서는 일하는 사람에 관한 실태조사, 법률 구제 등 업무를 수행한다.
사업주가 기본법에서 보장하는 권리 행사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 조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패키지 입법은 정부와 당이 협의를 통해 마련한 의원 입법안을 활용한다.
노동자추정제 관련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기본법 관련 김태선 민주당 의원안이 각각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번 패키지 법안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또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4대보험 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업소득세 3.3%만 공제하는 프리랜서로 ‘위장 계약’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패키지 법안이 시행되면 소송만 늘고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직지 않다.
특고·플랫폼 종사자에게도 최저임금, 퇴직금, 4대 보험,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이 적용돼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근로자로서 받지 못한 권리를 대거 주장하거나 특히 특고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이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어 기업이나 사업주가 빈번한 쟁의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
한편, 노동부는 5월 입법 전에 법 전문가 토론회,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