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역으로 번진 반정부 시위에 대한 당국의 무력 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23세 여대생이 지근거리에서 뒤통수에 총을 맞고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지에선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며 가족들의 통곡과 비명이 법의학 시설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테헤란 샤리아티대학교에서 섬유·패션디자인을 전공하던 루비나 아미니안(23)이 지난 8일 정부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IHR은 성명을 통해 유족과 목격자 진술을 인용해 "아미니안이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고 전했다.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상대로 사실상 '즉결 처형' 수준의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미니안은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 마리반 출신의 쿠르드족 여성이다. 그의 어머니는 테헤란으로 올라와 수백 구의 시신 사이에서 딸의 신원을 간신히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족이 장례를 치르려 했으나 보안 당국이 자택을 포위하고 매장을 불허했으며, 시신을 인근 도로변에 묻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IHR에 따르면 최근 유혈 사태 속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번 시위로 시위대 483명을 포함해 최소 544명이 숨졌고, 시위대 1만600명이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지난 11일에는 인터넷 통제가 이뤄지는 가운데에서도 테헤란 외곽의 카흐리자크 법의학센터로 추정되는 시설에서 검은 시신 가방 수백 개가 쌓여 있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미국 NBC 방송과 HRANA는 해당 장소를 테헤란 인근 법의학 시설로 확인했다.
영상 속에서는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일부 열린 시신 가방 앞에서 쓰러지거나 주저앉아 울부짖는 장면이 포착됐다.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시신 사이를 헤매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겼다.
HRANA는 해당 영상 분석 결과, 이 시설에 안치된 시신만 약 250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수의 사망자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뉴욕주 클리프턴 스프링스 병원의 내과 과장 카이반 미르하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시위대에 의료 자문을 제공하며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들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망자 20명이 도착했는데 모두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였다고 했다"며 "그래서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건 시위인데 그들은 왜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테헤란 시민들은 인터넷·통신 전면 차단 닷새만에 이날 국제전화가 연결이 처음으로 재개되자 각자가 보고 들은 현지 상황을 외신에 알렸다.
테헤란의 주요 교차로에는 헬멧과 방탄복 차림의 경찰관들이 곤봉, 방패, 산탄총, 최루탄 발사기 등을 들고 순찰하는 것이 목격됐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연계된 준군사조직 바시즈민병대도 총기와 곤봉을 들고 곳곳에 배치됐다. 사복 보안요원이 무작위로 행인을 검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진=IHR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