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스위스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소재로 한 만평을 게재해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만평을 두고 스위스 현지에서는 "피해자 존엄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까지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스위스 연방정부가 발레주 크랑몽타나 지역 술집 화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연 지난 9일자 지면에 실렸다.
만평에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인물 두 명이 알프스 설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그려졌고, 제목에는 '화상 입은 자들, 스키 타다', 하단에는 '올해의 코미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번 화재 사고로 40명이 숨지고 116명이 다쳤으며, 사망자 가운데 9명은 프랑스 국적자로 확인됐다.
이를 본 스위스의 한 변호사 부부는 발레주 검찰청에 해당 매체를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왔고 샤를리 에브도의 오랜 지지자이기도 했지만, 이번 만평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의 존엄성과 유가족의 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과 여론의 반발도 거세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겪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만평을 그릴 수 있었겠느냐. 정말 역겹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 게시물은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스위스 언론위원회 역시 이달 6일 성명을 내고 "언론 윤리는 인간을 대상화하는 모든 선정적 표현을 금지한다"며 "보도 과정에서 관련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론 전반에 주의를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말리카 브레트 전 샤를리 에브도 경영진은 엑스에 글을 올려 "풍자가 항상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기대 자체가 잘못된 전제"라며 "비판자들이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라고 매체를 옹호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도 만평의 소재로 삼았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받기도 했다.
(사진=엑스(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