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ETF의 배신…절반이 지수상승률에 '미달'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01-13 14:48
수정 2026-01-13 14:44
최근 3년래 상장한 테마형ETF 전수 분석 상장 3개월 뒤 62%가 코스피 수익률 하회 투심 몰리고 ETF 제작·심사 시작 "테마형 ETF 출시가 해당 섹터 단기 고점"
<앵커>

요즘 증권사 앱 열어보면 광고가 화려합니다. '반도체가 대세' '지금은 방산' 하면서 테마형 ETF들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혹해서 샀다가 계좌 보며 한숨 쉬는 경우 많으실 겁니다. 마켓딥다이브, 전효성 기자와 함께 '테마형 ETF'의 성적표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자>

2차전지, 바이오, 반도체, 방산처럼 어떤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 바로 테마형 ETF입니다. 사실 테마형 ETF의 목표, 투자하시는 이유 단 하나입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서 코스피 지수 같은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자는 거죠.

문제는 테마형 ETF들이 시장 수익률, 그러니까 코스피 수익률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꼽아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작년 7월 15일 상장한 'KODEX K방산TOP10'이라는 ETF가 있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방산주들을 모은 상품이죠. 1만원에 상장해서 상장 첫날 종가가 1만350원이었습니다. 이걸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상장 한 달 뒤(8월 18일) ETF 가격은 9720원으로 역주행(-6.09%)했습니다. 3개월 뒤에는 다시 살짝 반등해서 1만290원(-0.58%)까지 올랐고요.

문제는 방산 ETF(KODEX K방산TOP10)가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훨훨 날았단 겁니다.

해당 ETF가 상장한 날 코스피 지수는 3215p였는데 3개월 뒤 3657p로 13.7% 올랐습니다. 테마형 ETF의 3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을 14.33%p 밑돈거죠. 어제까지로 범위를 넓혀봐도 방산 ETF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보다 23.03%p 낮았습니다.



<앵커>

테마형ETF가 코스피 평균 수익률을 하회했다는 건데, 언급한 ETF 외에 다른 테마형 ETF들도 이같은 흐름을 보였습니까?

<기자>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상장한 국내 주식형 ETF 중에 테마형 ETF를 골라내 분석해봤습니다. 3년간 96개의 테마형 ETF가 상장했는데요, 상장한지 1개월 이상 지난 92개를 분석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엔 2차전지 레버리지, 반도체 레버리지처럼 섹터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도 포함입니다.

92개 테마형 ETF 중 상장 후 1개월 뒤에 코스피 수익률을 밑돈게 50개(54.3%)에 달했습니다. 시장 수익률을 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반타작도 못한거죠.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까 살펴봤는데 상황은 안 좋았습니다. 상장 3개월 이상 된 테마형 ETF는 87개였는데 코스피 지수를 웃돈건 33개 뿐이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62%가 코스피 지수를 하회했죠. 상장 6개월 뒤까지 코스피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둔 테마형 ETF는 69개 상품 중에 37개(53.6%)에 달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보다 3~5%p 정도 하회하는 수준이라면 이해할텐데, 상당수가 두자릿수 이상 격차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상장한 'PLUS K방산소부장' 상장 3개월 뒤에 코스피 지수보다 42.8%p나 덜 올랐습니다.

1년 전쯤 상장한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는 1개월 -4.83%p, 3개월 -3.81%p, 6개월 -29.33%p, 1년 -63.97%p로 시간이 갈 수록 코스피 지수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테마형 말고 그냥 코스피200 ETF 살껄'이라는 한숨이 나올만 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앵커>

테마형 ETF가 상장하면 정작 그 테마가 힘을 못 쓴다는 걸로 읽힙니다. 이거 왜 그런겁니까?

<기자>

'테마형 ETF 상장이 해당 섹터의 단기 고점이다'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그럴 수밖에 없는게 2차전지, 양자, 바이오, 조선, 방산 등 각 섹터에서 호재가 나온다고 하면 먼저 섹터 내 대장 기업들의 주가가 먼저 뛰죠. 이후 2~3등 기업, 관련 중소형 기업도 따라서 올라가고요.

그렇게 해서 '시장 주도 테마'라는게 만들어 집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해당 섹터의 리포트도 많이 나오죠.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산업 규모가 현재 100조원 수준에서 5년 뒤 300조원 수준까지 커질거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시점이 이때입니다.

이렇게 시장의 관심이 모이면 운용사들이 각 섹터의 주요기업을 10여개 모아서 ETF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ETF 만드는데 시간 걸리죠, 그리고 거래소 심사 받는데 20일 넘게 걸립니다. 결국 상장하는 시점에는 이미 두박자, 세박자 늦은 시점이 되는 거죠.



처음 언급한 'KODEX K방산TOP10'으로 시기별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이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장 많이(19.8%) 담고 있는데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를 한번 보겠습니다.

한화에어로 주가가 10만원일 때 방산 ETF를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때는 사실 아무도 방산테마에 관심이 없어요. 전쟁 나고 스물스물 올라가더니 30만원 넘고, 50만원 넘으면서 '이제 K-방산이다' 하면서 거래량 늘고 투심도 몰리죠.

부랴부랴 ETF가 만들어져서 7월 15일 출시를 하는데 그때는 이미 한화에어로 주가가 85만원까지 치솟은 상태인거죠. 이제 시장에서는 '너무 PER이 높지 않아?' '이제는 반도체 아냐?'하면서 주가가 몇달간 횡보를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미 작년 하반기 주도주는 반도체로 옮겨간 상태죠.

2023년에는 2차전지 ETF가 줄상장했었고요, 2024년에는 반도체 대형주가 아닌 소부장 ETF가 대거 상장했습니다. 작년에는 방산, 원자력, 전력 관련 ETF가 9개 상장했는데 현재 모두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반도체와 AI가 주도주니까 기존의 반도체 ETF를 진화시킨 상품들이 곧 나올텐데 이 상품들이 나올 때가 진정한 코스피 지수 조정기가 되는 건 아닐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