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5% 오른 6,966선, 장중 6,978.3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와 일부 소프트웨어 섹터를 제외한 기술주 대부분 반등했고, 구글은 장중 사상 처음 330달러선을 돌파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택·에너지 정책에 관련주인 주택 건설사와 정유 기업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비농업 고용은 5만 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 7만 명을 하회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전월 4.6%에서 4.4%로 오히려 떨어졌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로 예상을 웃돌았다. 10월과 11월 고용도 합산 7만 6천 명 하향 조정되면서 2025년 연간 고용 증가는 전년대비 1/3 수준인 58만 4천 명에 그쳤다. 이는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고용 보고서로 인해 연준의 통화 정책은 더욱 더디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린지 로스너 골드만삭스 채권 투자 헤드는 "1월 금리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면서 "노동시장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은 당분간 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고객 노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안정과 경기민감주에 베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BofA는 "12월 카드 지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연말 쇼핑은 선방했지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지출 격차가 4분기 내내 지속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IEEPA 관세 판결이 연기된 가운데 다음 주 수요일(현지시간 14일) 나올 가능성 등으로 시장은 다소간의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판결 결과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패소 시 1962년 무역법 등 다른 권한을 이용해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재정 적자 우려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겠지만, 기업 마진 개선 기대로 주식 시장은 랠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치 베팅 사이트인 칼시, 폴리마켓 등은 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트럼프 한마디에 모기지 금리 5%대 진입..러트닉 "주택 비용 낮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자국내 주택 가격 인상을 억제할 정책을 꺼내들며, 오는 11월로 다가온 중간선거에 대비한 물가 잡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국책 모기지 보증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2천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MBS) 매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메리칸 드림을 파괴했지만, 우리는 되찾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표로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22bp 하락해 5.99%를 기록, 2023년 2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UBS는 "2천억 달러 MBS 매입으로 금리가 10~25bp 추가 하락해 6.0% 또는 그 이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기업들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모기지 대출업체 UWM홀딩스는 12%, 로켓컴퍼니는 7% 급등했고, 주택건설업체 톨브라더스와 레나도 각각 7%대 상승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주요 주택건설업체 경영진들과 회동을 갖고 주택 구매력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30~40세 연령대 주택 판매 부진으로 공동화되고 있다"며 "전체적인 계획은 다보스 포럼에서 대통령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주택 금리 억제 정책을 두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비 젤만 젤만리서치 부사장은 "심리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주택 가격이 팬데믹 이전 대비 50% 가까이 올라 있어 금리가 5%대로 내려와도 4.99%에서조차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베네수엘라 석유 1천억 달러 투자..메타는 원자력 6.6GW 확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할리버튼 등 주요 정유사 경영진과 회동하고 베네수엘라 에너지 부문 재건에 최소 1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유가 하락 정책을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얻는 것 중 하나는 더 낮은 에너지 가격"이라며 "어떤 정유사가 베네수엘라에 진출할지 미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두 번의 자산 압류를 당했다"며 "세 번째 재진입은 상당히 다른 변화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형 석유사들은 관심이 없지만, 독립 석유사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를 우회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3,030억 배럴) 보유국이지만, 지난 10여년간 낙후한 시설을 방치한 영향으로 하루 생산량은 1990년대 350만 배럴에서 현재 80만 배럴/일로 급감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인텔도 이날 장중 10% 넘게 올라 45달러선을 돌파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전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탄 CEO를 "매우 성공적"이라며 “인텔이 미국에서 설계·제조·패키징한 최초의 2나노 미만 CPU 프로세서를 출시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18A 공정의 낮은 수율 문제에도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해 올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주당 20.47달러에 89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로 인텔 지분 4억 3,330만 주를 매입했다. 현재 해당 지분 가치는 약 190억 달러(약 26조 원)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기술 기업가운데 메타는 AI 인프라 전력 확보를 위해 비스트라, 테라파워, 오클로 3사와 대규모의 원자력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2035년까지 총 6.6GW 전력을 확보할 계획으로,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2032년 가동 목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번 발표로 오클로 주가는 17% 이상, 비스트라는 8% 이상 급등했다.
다음 주는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25회계연도 4분기 어닝 시즌에 돌입한다. 또 경제 지표 가운데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월요일에 예정돼 있어 연준 정책 방향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후 2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기조연설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해 주택 종합 대책과 차기 연준 의장 등에 대한 윤곽을 공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