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향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공시 체계와 내용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 변화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등 차세대 공시 주제에 대한 대응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삼정KPMG가 6일 발간한 'ESG Insight'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나 한국회계기준원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참고해 보고서를 작성한 기업 비중은 18%로 전년 대비 늘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거래소 상장사 216개사의 2024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기후변화 관련 공시 수준이 크게 개선됐다. 조사 대상 기업의 99%가 기업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외부 요인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하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적용했다. 또한 기업 60%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을, 50%는 저탄소 경제 전환에 따른 위험 영향을 분석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차세대 핵심 주제인 생물다양성 공시도 눈에 띈다. 조사 기업 중 51개사(24%)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NFD)의 핵심 프레임워크인 'LEAP' 전 과정을 공시했다. 별도의 TNFD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도 4개사(2%)로 집계돼 자연 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다만, 전반적인 공시 수준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기업이 ISSB·KSSB를 여전히 참고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어 정합성이 미흡하다는 점은 향후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특히 ISSB·KSSB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 관련 요소가 기업의 재무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투자자 관점의 공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는 향후 국내외 지속가능성보고서의 핵심 콘텐츠로 '자연자본', '사회적 불평등', '전환금융'을 제시했다. 자연자본의 경우, 기업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해 정책 및 투자 판단에 반영하려는 글로벌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은 생태계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 회복을 위한 대응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사회적 불평등의 재무적 영향을 다루는 TISFD(사회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는 저임금과 차별 등 사회적 이슈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평판 리스크와 법적 리스크를 확대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환금융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금융으로 지원하는 개념으로, 탄소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평가됐다. 이를 위해 기업은 신뢰성 있는 전환계획을 공시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내부 기준과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삼정KPMG는 2024년 발간된 ESRS(유럽 지속가능성보고기준)를 적용한 글로벌 기업 공시 사례를 분석하며, 국내 기업들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 공시를 전략적 기회로 전환할 것을 조언했다. CSRD(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기반 첫 보고서 작성 준비에 대부분의 기업이 1년 이상의 기간을 소요한 만큼, 국내 기업 역시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정보공시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진귀 삼정KPMG 컨설팅부문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CSRD와 ISSB 등 공시 프레임워크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투자자를 포함한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수단이자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충분한 사전 준비를 갖춘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미래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