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돌풍 '홍장원 쪽지' 공개…6개월 만 사퇴 길

입력 2025-12-30 14:30
수정 2025-12-30 14:39


각종 사생활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새 정부 초기의 개혁 동력을 뒷받침하겠다며 나선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의원총회에서 서영교 의원을 꺾고 집권여당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26년간 국가정보원에 근무해 '정보통'으로 불린 만큼 이 대통령의 '블랙(요원)' 또는 '최종병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당을 친명 체제로 재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이른바 '홍장원 쪽지'를 언론에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직후인 12월 6일 국회에서 면담한 신성범 정보위원장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고, 이 자리에 배석한 김 전 원내대표가 이를 언론에 공개한 순간이었다.

당시 홍 전 차장의 증언에 담긴 우원식 국회의장,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의 명단을 공개하며 김 전 원내대표는 "(홍 차장) 그대로, 워딩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친 'X'로구나'하고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메모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의 이 같은 폭로는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서도 핵심 증언으로 다뤄졌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첫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그는 여당과 정부, 청와대 간 협력과 함께 여대야소 지형에서 다른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아 왔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 한복판에 서 있다"고 스스로 인정했듯, 사생활 비위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6개월 만에 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원내대표는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에서 임기 1년인 원내대표가 선거 패배나 정치적 책임 문제가 아닌 개인 비위 의혹으로 사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애초 의혹 보도의 출처인 자신의 전직 보좌관의 폭로에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면서 정면 돌파 가능성이 관측됐으나 여론 악화가 사그라지지 않자 해를 넘기기 전에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김 전 원내대표 전직 보좌진은 '국정감사 직전 쿠팡 대표와 70만원짜리 호텔 오찬', '대한항공 160만원 호텔 숙박권 수수', '아내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장남의 국정원 업무 대리 수행', '가족의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요구'등 다수의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