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이렇게 못살아"…민심 '대폭발'

입력 2025-12-30 10:38
수정 2025-12-30 10:43


이란의 경제난이 심화되며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금융·정치 전반에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고물가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에 나섰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리알화 환율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치솟았고, 29일에도 139만 리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당 환율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화폐 가치가 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여파로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했다. 그는 2022년 말 취임 당시 달러당 43만 리알 수준이던 환율을 안정시키지 못한 채, 불과 3년 만에 환율이 몇 배로 치솟는 상황을 맞았다.

안그래도 고물가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29일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뛰쳐나가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들이 집단으로 문을 닫거나 영업을 중단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2022년 히잡 착용 문제로 촉발된 전국적 반정부 시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거리로 나선 시위대가 주로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와 상인들로, 이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 이들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민심 악화의 배경에는 극심한 물가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2%에 달했고, 식료품 가격은 72% 급등했다. 의료·보건 관련 물가도 50% 가까이 오르며 서민들의 생활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세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불만이 더욱 증폭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여론이 최근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에 추가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란은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둘러싼 서방과의 협상에서도 교착에 빠져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