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 금·은 가격이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까지 이어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주요 거래소의 증거금 인상 결정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은 한국시간 30일 오전 9시25분 기준 온스당 4천345.7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7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4천549.92달러)와 비교해 4.5% 낮은 수준이다.
같은 시각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72.67달러로, 전날 달성한 최고가(84.0075달러)에서 13.5% 밀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하고, 주요 거래소가 증거금을 상향 조정한 여파가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금과 은을 포함한 주요 금속 선물 계약의 증거금을 29일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증거금이 오르면 레버리지(차입금)를 활용한 투자 비용이 늘어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며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자산운용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러샤브 아민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상황은 투기적 과열 이후 나타나는 전형적 '단기 급락'이라기보다는 매우 강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기술적 지표도 매도 우위를 시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줄곧 '과매수' 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RSI는 매수와 매도의 강도를 측정해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가파른 랠리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후퇴 현상으로 풀이한다.
은의 경우 더 극적이다. 은값은 이달 중순 이후에만 무려 25% 넘게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RSI는 70선을 훨씬 웃돌았다. 통상 RSI가 70 이상이면 이는 단기적으로 너무 많은 투자자가 몰린 '과매수' 상태를 뜻한다. 이는 곧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금과 은 가격은 각각 70%와 180% 이상 올랐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약달러 우려, 투자·산업 수요 확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