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아내 살해한 남편 사면…논쟁 불붙었다

입력 2025-12-26 21:01


이탈리아 정부가 말기 암 투병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70대 남성을 사면·석방하면서 '조력사' 합법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프랑코 치오니(77)를 특별 사면해 석방했다.

치오니는 2021년 자택에서 폐암이 뇌로 전이된 아내(당시 68세)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법원은 지난해 치오니의 유죄를 인정했지만 "긴 투병 기간 동안의 헌신과 인간적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판결했다.

치오니는 석방 후 "내가 저지른 일, 그리고 그 행동에 따른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은 환자만의 것이 아니며 간병인도 병들게 된다"라며 "생의 마감, 그리고 간병인과 관련된 현대법은 먼저 의회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의회에 조력사 합법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연명치료 거부는 허용됐으나, 조력자살과 안락사는 여전히 대부분의 주에서 불법이다. 치오니의 사면 이후 사회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가톨릭권을 중심으로 윤리적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가톨릭 주간지 파밀리아 크리스티아나는 "사면은 처벌을 면제한다는 뜻이지 죄를 면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레오14세 교황은 치오니 석방 다음 날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최근 통과된 말기 환자 조력사 허용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법은 여명이 6개월 이내로 남았다고 판단되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조력 자살은 미국의 일부 주에서 허용하고 있고 프랑스·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벨기에와 캐나다 등은 일정 조건을 전제로 안락사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