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타고 "지긋지긋한 가난"…SNS '가난 밈' 논란

입력 2025-12-26 14:46
수정 2025-12-26 20:10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른바 '가난 밈'(meme)이 확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는 가난하다고 하소연하면서 그와는 정반대의 사진을 함께 올리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자 '웃자고 하는 장난'이라는 호응과 함께 지나친 가난의 희화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레드를 중심으로 가난하다는 코멘트를 붙이면서 정작 사진으로는 '가난하지 않은 나'를 뽐내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양은 냄비에 담긴 라면과 김밥 두 줄 옆에 빨간색 페라리 자동차 키가 놓여 있거나, "기름 넣을 돈도 없어서 오늘도 출근한다"며 포르쉐 차량 운전석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는 식이다.

지난 18일 "지긋지긋하다 지독한 가난"이라며 스레드에 올라온 '가난 밈' 게시글에는 하트 1천300여개, 댓글 500여개가 달렸다. 여기에 "수영장 갈 돈이 없어서 집에서 논다"며 호화로운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 "언제쯤 컵라면에서 벗어나냐"며 컵라면 위에 5만원짜리 돈다발을 올려둔 사진 등이 댓글로 달렸다.

이 같은 게시물은 일종의 유머 코드로 소비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선을 넘은 가난의 희화화라는 비판도 거세다. 가난한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적 고통을 무시하며 가난을 놀이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은 지난 21일 스레드에 "이걸 자조 섞인 농담이라고 하기엔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며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비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복지국가 같은 경우에는 재분배가 잘 이뤄져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SNS에서 가난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는 사회적 흐름은 사람들이 빈곤계층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