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강국' 독일에 중국산 전기버스가 늘고 업계 1위 공기업마저 중국산 버스를 대량 구매하자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애국심도 문제지만 해킹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철도(DB) 자회사 DB레기오는 최근 중국 업체 비야디(BYD)가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버스 200대를 구매하기로 계약했다고 24일(현지시간) SWR방송 등이 전했다.
DB레기오는 독일 전역에서 버스 사업을 하며 지난해 기준 연간 승객이 5억6천100만명으로 이 분야 독일 최대 업체다.
2027∼2032년 교체할 예정인 버스 중 나머지 3천100대는 폭스바겐 자회사 만(MAN)트럭버스가 공급한다.
이 회사가 중국산 버스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최근 유럽 각국이 중국산 전기버스의 심카드를 이용한 원격 제어 가능성을 의심하는 와중에 대량 구매를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도시들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만의 훌륭한 전기버스가 오랫동안 운행되고 있다"며 "산업 입지에 대한 건강한 애국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녹색당 원내부대표 콘스탄틴 폰노츠는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조치, 특히 경제정책에 대해 우리 정보기관이 명확히 경고하고 있다"며 "입찰과 공급업체 선정에 안보정책 측면이 적절히 고려됐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비야디와 위퉁 등 중국 업체들의 유럽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3%에서 2023년 24%로 늘었다고 네덜란드 금융기업 라보뱅크 보고서에 나타났다.
그 와중에도 독일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용차 자회사 다임러트럭과 폭스바겐 산하 만트럭버스 등 자국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운행되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전국에 수백 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 전기버스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품질도 독일차 못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자 지역 소규모 운수업체들이 중국산 버스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버스 사업자 호르스트 보텐샤인은 중국산 전기버스가 독일산에 비해 약 10만유로(약 1억7천만원) 싸다고 전했다. 또 "밤새 충전하면 다음날 종일 운행할 수 있다"며 중국산 전기버스가 기술적 측면에서도 독일산을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