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추첨제 결국 사라진다…"고임금자 우대"

입력 2025-12-24 16:4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본다. 내년 2월부터는 지금까지 유지돼 온 무작위 추첨 방식을 폐지하고, 고임금과 고숙련 인력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월 27일부터 H-1B 비자 신청 시 고임금·고숙련 근로자에게 유리한 가중치 기반 선발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H-1B 신청은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 제도가 일부 기업들에 의해 저임금·저숙련 외국인 인력을 끌어들이는 통로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의 매슈 트래게서 대변인은 "무작위 추첨 방식은 미국 기업들이 자국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외국 인력을 고용하는 데 악용되고 남용됐다"고 했다.

이번 개편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외국 인력 유입 억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행정부는 H-1B 비자 1건당 10만달러(약 1억4,600만 원)에 달하는 고액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비자 신청 수수료를 기존의 100배인 10만달러로 인상한 조치에 반대해 미국 상공회의소와 미국대학협회(AAU)가 낸 소송을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행정부의 조치가 그대로 유지됐다.

H-1B 비자는 주로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 분야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취업비자로, 매년 8만5,000건 한도로 발급된다. 최초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이 가능하고 영주권 신청도 할 수 있다.

해당 비자는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재 확보 수단으로 평가된다. 고급 기술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인력 공백을 메우고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올해 H-1B 비자 최다 승인 기업은 아마존으로 1만건을 넘겼다. 그 뒤를 인도계 IT 서비스기업 타타컨설턴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이 이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