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중고품을 선물로 고르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물가 상승과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꺼려졌던 중고품이 실속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주 올버니에 사는 버네사 로버츠(36)씨는 중고 매장에서 이번 크리스마스 때 어머니에게 선물할 코치(Coach) 브랜드 가방을 찾는 중이다. 그는 최근 새것보다 훨씬 싼 125달러짜리 중고 가방을 찾았지만, 이것도 비싸다고 생각해 다른 중고 매장에 더 들러볼 생각이다.
WSJ은 버네사 씨 같은 이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물가 상승과 재정적 압박 탓에 예년보다 더 많은 미국 소비자가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각종 중고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미소매연맹(NRF)이 최근 미국 소비자 8천200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을 앞두고 중고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 미국 소비자들은 중고품을 선물로 주는 것을 모욕적으로 여기며 꺼려왔으나, 최근 물가 부담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고품 유통 업체들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중고품 거래업체 스레드업(ThredUp)이나 세이버스 밸류 빌리지(Savers Value Village)는 예년과 달리 연말 선물 수요 덕분에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연말에는 신규 상품 판매에 밀려 중고품 매출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세이버스 밸류 빌리지의 마이클 메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월 28일부터 9월 27일까지 3개월간 자사 매출이 10.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난감, 게임, 책, 전자제품 등 선물용 상품들의 판매 증가율이 전체 상품 증가율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