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고, 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새 정부의 노력으로 얼마나 대한민국이 달라질 수 있는지 그 저력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국가나 기업의 리더, 그리고 그 리더십의 새로운 변화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변화와 분위기를 국제무대에서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많은 글로벌 우주기업들이 대한민국 정부 및 국내우주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영국(UK Space Conference), 미국(Small Satellite Conference), 카자흐스탄(SDK 2025), 파리(WSBW 2025), 독일(Space Tech Expo) 및 영국(Space Investment Conference)에서 열린 주요 우주산업 컨퍼런스 및 전시회의 키워드는 “Connectivity(연결)과 협력(Collaboration)”이었다. 즉, 실질적인 국가간 협력을 통한 산업체의 연대강화와 협력이 모두가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간의 협력이 지극히 선언적이지 않고 보다 구체적이어야 하며 국가의 우주생태계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무엇(What)을 어떻게(How)가 아니라 왜(Why) 우리가 지금 이것이 필요한지,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통해서 미세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의 비전과 위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위성통신시장과 발사체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에어버스, 탈레스알레니아, 텔레스파지오라는 거대 우주기업들의 합병이 가속화되고 있고, 정지궤도통신 위성사업자인 SES와 Intelsat, Viasat과 Inmarsat 그리고 Eutelsat과 Oneweb등이 서로의 이익과 상생을 위해서 합병이 이루어진 상태다.
지금 대한민국 밖에서는 우주분야전문가들조차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글로벌 우주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기술혁신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우주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하고 있는 본인도 지금처럼 우주산업과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흘러가서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속에서, 지금까지 정부도 미래의 우주정책과 장기적인 방향 그리고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산업체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경우, 누리호의 제작, 발사단가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유치는 거의 불가능하며, 정부의 저궤도 및 정지궤도복합위성의 플랫폼과 서브시스템 등은 매우 높은 제작비용이 소요되는 전통적인 형태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언급할 수조차 없다. 본 저자가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같이 협력하고, 미국 국방부와 다수의 계약을 체결한 저궤도/정지궤도 위성플랫폼 제조사는 국내 정부기관이 개발하는 위성 가격의 1/3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시대에서 산업체의 속도를 정부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국가의 안보측면에서 우주자산은 앞으로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며, 이를 위해서 유럽위원회(EC:European Commission)는 막대한 예산을 우주전략자산 확보에 쏟아 붓고 있다. 우주쓰레기 청소위성을 이용한 적국의 위성을 납치(Kidnapping)하는 기술, 우주상황인식(SDA)을 위한 네트워크 연결기술, 상업적데이터를 비롯하여 국방 및 정보기관의 주요데이터를 우주공간에 저장하기 위한 우주 궤도상의 데이터센터 구축기술, 위성간 망 연결을 위한 광통신 ISL 및 라우터기술 등 아직 국내에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거나, 이제 시작하려는 기술들이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어 일부는 상업적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우주정책과 산업생태계(Space Ecosystem)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본 저자는 그 답을 “연결과 기다림”에서 찾고자 한다. 국가간 실질적인 연대와 프로젝트 공동펀딩, 정부간 연대아래 글로벌기업과 국내기업간의 연결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와 국가위상(National Power)을 위해서는 우리가 더욱 강점이 있고 실체가 있는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우주기술과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그리고 기다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 정부에서는 AI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기존의 전통적 우위에 있던 산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던 우주인선발, 나로호/누리호개발의 정치적 이용 그리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체계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우주항공청(KASA) 개청은 산업체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적 협력과 교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우주시장에서 글로벌 경쟁국 및 기업과의 연결과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26년 우주항공청 예산은 1.1조가 조금 넘는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중국에 비해서도 터무니없는 예산이다. 기술이 시장을 창출하려면 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자리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는 자본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 우주시장에서 대한민국 시장이 1%도 되지 않는데, 그 시장이 작고 내수 산업이 육성되지 못하는 이유는 인력도 문제지만 투자자본의 미약함과 그 투자에 대한 성과에 대해 기다려주지 못하는 정부의 인내심 부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우주시장이 너무 작다 보니, 결국 우주기업은 해외에서 고객을 찾을 수밖에 없고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 우주시장은 한국의 중소기업에게는 너무나 진입하기 힘든 혹독한 환경이며, 미팅 하나를 잡기에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저자가 창업 후 해외무대에서 처음 피칭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2015년 창업하여 2017년부터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위해서 동분서주 쫓아다녔지만 눈길 하나 받기가 쉽지 않았고, 스타트업 존에서 2분 피칭의 기회를 한번 받기 위해서 주최측 CEO의 집 앞에서 7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1박 3일동안 세개의 나라를 다니면서 방문 판매사원처럼 우리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한적도 있고, 우리회사 부스를 먼저 방문하기로 한 파트너사 나라의 경제부장관을 일본의 대사관 대사가 먼저 모시고 가서 허탈해한 적도 있었다. 한국의 조그마한 중소기업이 홀로 지금까지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가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정부들의 무관심에 대한 섭섭함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며, 우주분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제 경험상 유럽과 미국의 우주기술과 산업생태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철학과 방향이 있는 실질적인 정책, 상식적인 의사결정 체계, 필요한 자본의 뒷받침 그리고 요구되는 성과에 대해 기다려줄 수 있는 정부의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정부가 시장을 강력히 지원하고, 시장에서는 민간의 우주생태계 플랫폼으로 산업을 이끌어 간다면 우주분야 선진국들과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정부(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지만 시장도 정부의 정책을 이길 수 없다”. 매우 공감되는 말씀이며, 정부와 산업이 서로의 호흡에 귀를 기울이고, 맞추어 나간다면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반드시 K-Space라는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그 준비를 위한 많은 과정이 있었다.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조상대대로 내려온 그 마을 내어준 주민들의 처절한 희생이 있었고, 나로호 발사를 위한 시스템 설계, 구축, 운용 및 분석까지 관련기관의 연구원들의 희생도 있었다. 지금의 누리호발사 성공과 위상도 그러한 희생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희생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학과 기술의 힘이 없이는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동력을 얻지 못한다. 과학과 기술의 힘은 기초과학에서 나오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기다림속에서 나오듯이, 우주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기다림 그리고 정부가 중심이 된 산업체의 연결과 집중적인 투자를 기대해 본다.
<기고> AP위성 대표이사 이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