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불똥튈까…韓기업 '전전긍긍'

입력 2025-12-23 07:27
수정 2025-12-23 09:14


트럼프 행정부에 50%인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을 크게 늘려달라고 미국 기업들이 요청함에 따라 관련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나온다.

철강·알루미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제품까지 마구잡이식으로 관세 부과를 요청하고 있는데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배터리 부품과 변압기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알루미늄 협회가 배터리 부품(parts of electric storage batteries)을 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관보에 공개한 내용에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파생상품에도 철강과 알루미늄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50% 관세를 부과 중이다.

알루미늄 협회는 배터리 부품에도 알루미늄 함량만큼 50% 관세를 부과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 10월 21일 상무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알루미늄 협회 요청이 너무 광범위해 여러 종류의 배터리와 배터리 관련 제품이 해당할 수 있는데, 사실 이들 제품에 알루미늄이나 철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SDI는 배터리 부품에 알루미늄이나 철강을 사용하지 않는 분리막이 포함되며, 심지어 완성된 배터리셀도 해당 품목 코드로 수입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부품이 이미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는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으로 지정하면 관세가 중복돼 배터리 제조사의 행정 부담이 가중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기업들은 변압기도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상무부가 지난 8월에 추가로 발표한 407개 파생상품 목록에 변압기 일부가 포함됐는데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종류의 변압기에도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이번에 요청했다.

LS일렉트릭은 방향성 전기강판(GOES)을 파생상품으로 지정하면 지금도 심각한 변압기 공급 부족을 심화해 미국 경제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산업에 중요한 변압기 및 변압기 제조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의견서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하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며, 국방 및 공공 시설에 지장을 주고, 국가 안보 위험을 가중할 것"이라며 변압기에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목록에 제품을 추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주기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지난 5월 상무부는 1차로 업계 요청을 접수하고선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 가전제품을 철강 파생상품 명단에 포함했다.



이에 LG전자는 관세 부과 대상을 계속 확대하면 "미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그런 파생상품 수입에 의존하는 하류제품 제조사들에 과도하고 상당한 경제·행정적 부담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가전제품 등을 명단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철강·알루미늄의 양이 아주 작아 미국의 안보 이익에 의미 있는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상무부는 2차 의견 수렴을 지난 9월에 시작했는데 아직껏 파생상품 목록 추가 품목을 발표하지 않았다. 1차 명단 확대 당시 너무 많은 품목을 포함해 업계 혼선과 경제적 여파가 컸던 터라 상무부가 2차 확대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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