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국회 제출이 예상됐던 정부의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안이 지연되면서, 입법 논의의 무게 중심이 국회로 옮겨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시장 구조 정비를 중심으로 한 2단계 입법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TF 소속 의원들과 민간 자문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관계자는 “회의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성 설명을 바탕으로 세부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라며 “아직 확정된 정부안이 없어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안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국회가 자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내에 정부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안도걸 의원은 “최종 조율 단계임에도 속도가 너무 더디다”며 “정부안이 제출되는 대로 민주당 논의안을 병합해 국회 차원의 최종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선 특히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발행 인가제 도입과 준비자산 요건 강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최소 자본금을 50억원으로 할지, 또는 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갖는 컨소시엄만 허용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가 충분한 준비자산과 부채·리스크 한도를 투명하게 입증하고 분리 보관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만큼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에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강화가 불가피한 만큼, 국산 토큰의 안전성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내년 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실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상반기 중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해 스테이블코인을 시범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샌드박스 제도는 제도 공백기를 줄이고, 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결제 기업 리플(Ripple) 은 2025년 2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가 723억 달러(약 107조 원) 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 간(B2B) 결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비자(Visa) 와 스트라이프(Stripe) 등도 USDC 기반 결제를 상용화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정부는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디지털자산 매매·중개·보관 등 기능별 인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 방향도 병행 검토 중이다. 거래소 등의 진입 요건, 이해상충 행위 규제,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이 이번 입법 논의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