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아니면 20만 원”…커지는 ‘공공보행로’ 갈등

입력 2025-12-15 17:31
수정 2025-12-15 18:41
<앵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가 외부인의 이용을 제한하고 벌금을 물리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개방이 원칙인 공공보행로지만 사유지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건데, 일관된 규정이 없어 주민 갈등만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이오늘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공공보행로입니다.

단지 앞에 걸린 현수막입니다. 전동 킥보드와 전동 자전거의 통행을 금지하고 반려견을 데려올 때도 인식표를 부착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20만 원의 질서유지 부담금을 물어야 합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공보행로지만 엄연히 사유지이다 보니 외부인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법적 부담까지 입주민이 떠안는 상황”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A: 비 오는 날은 지하를 애들이 킥보드 타고 막 도는 거야.]

[아파트 주민 B: 돈을 더 많이 내고라도 난 (펜스를 설치해서 단지 분위기를) 좋게 해야 돼.]

하지만 그동안 이 길을 자유롭게 이용했던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구청 역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유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라 구청이 나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보행로가 폐쇄될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강동구 관계자: 만약에 공공보행통로가 잘못(폐쇄)되기라도 하면 도미노 현상으로 강동구는 진짜 난리가 날 거 같거든요.]

아파트 공공보행로를 둘러싼 갈등은 재건축을 마친 강남권 단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행로를 개방하겠다며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입주 이후에는 펜스를 설치해 입주민만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의 통행권을 보장하는 공공성과 사유재산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의 격차로 갈등이 발생하는 겁니다.

[구정우 /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들이 사유지에 대한 관념이 강해지고 있고,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소유권을 보호할 수 있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서울시는 과태료와 벌금 등 일회성 조치 외에는 갈등을 조정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2023년부터는 재건축 단지의 지구단위계획 수립 단계에서 공공보행로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허가 없이 통행을 막으면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했지만, 이미 준공됐거나 완공된 단지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김예림 / 부동산 전문 변호사: 향후에는 개선될 수 있어도 지금으로서는 공공보행로 관련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계속 문제는 되겠죠.]

재건축 단지들을 관리·감독할 지자체가 나 몰라라 하는 동안 주민들의 갈등만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