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압박에 결국…홍콩 최대 야당 '해산'

입력 2025-12-15 11:27


한때 홍콩 최대 야당이자 민주화 진영의 상징이었던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년 만에 공식 해산한다.

15일 로이터·AP·교도통신과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열린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 안건을 가결했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찬성했고, 4명은 기권했다. 반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지도부가 당 해산 방침을 정한 뒤로 해체 수순에 들어가 4월 해산 결의안을 마련하고 이날 총회 투표에 부쳤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우리는 한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힘닿는 범위에서 모든 것을 시도해왔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전반적인 정치적 환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당 멤버인 영섬 부대표는 "(민주당의) 해산은 홍콩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서 권위주의 사회로 퇴보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저점이지만 모든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신들은 민주당 해산을 홍콩 민주화 진영 붕괴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AP는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는 다양했던 홍콩 반(半)자치 시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고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는 민주당의 해산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안보 단속에도 남아있던 홍콩의 자유주의 목소리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달성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해산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는 그간 중국 당국으로부터 해산을 압박받았음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중국 당국자 등으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발언도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홍콩에서는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2021년 '애국자만 출마 가능' 조건을 단 선거제 개편 등을 거치며 야권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민주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지난해 3월 시민당이 공식 해체했고, 올해 6월에는 사회민주당연맹(LSD)도 해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