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K-메모리'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도권을 확인한 해로 평가된다. 지난해 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는 하반기 들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메모리가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내년 본격적인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영업이익의 합계가 2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반도체 업계 흐름은 상반기와 하반기가 뚜렷하게 갈렸다. 1-2분기에는 미국발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여파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업계 전반이 위축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도 메모리 부진과 파운드리 적자가 겹치며 우려가 컸다. 다만 1분기에는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과 선구매 수요 덕분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선방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일시적 수요 효과가 사라지면서 실적은 다시 급락했다. DS부문 영업이익은 수4천억원으로 급락, 2023년 4분기(영업적자 2조2천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을 썼다. 관세 리스크와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했다.
분위기는 7∼8월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로 생산능력이 집중되자 범용 D램 가격이 반등했고,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동시에 HBM 공급도 점차 정상화되며 고객사 확대가 이뤄졌다.
수조원대 영업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성숙 공정 수주 확대와 대형 고객사 계약 체결로 가동률이 개선됐고, 테슬라·애플과의 대형 거래가 연이어 성사됐다. 모바일 AP 엑시노스 역시 플래그십 제품에 다시 탑재되며 존재감을 회복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반도체는 3분기 매출 33조1천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하며 SK하이닉스에 잠시 내어줬던 메모리 1위 왕좌도 탈환했다.
SK하이닉스의 질주는 더욱 두드러졌다.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D램과 메모리 시장 모두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심화하던 1분기 7조4천400억원, 2분기 9조2천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1분기 6조6천900억원·2분기 4조6천800억원)도 뛰어넘었다. 3분기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고, 매출 역시 24조4천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본격화와 함께 양사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116조4천480억원으로 전망했고,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은 94조6천250억원으로 예상됐다.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9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