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유동성 훈풍 분다"…‘숨은 완화 카드’ 가동

입력 2025-12-11 09:40
수정 2025-12-11 10:37
KB증권 “내년 상반기 유동성 확장” 재정지출 재개·관세 판결도 긍정적 차기 연준 의장, 완화 기조 ‘기대감’


내년 상반기 미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유동성 환경이 우호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차기 연준(Fed) 의장이 통화정책을 완화 쪽으로 이끌 가능성과 국채 매입 확대 등 카드가 맞물리며 유동성 확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 미국 유동성 환경이 "매우 좋다"며 그 근거로 여섯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RMP(미국채 재투자 매입 프로그램) 월간 400억 달러다. 앞서 FOMC는 월간 400억 달러 규모의 무이표 국채(이자 없이 할인 발행되는 국채)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매입 규모는 월별로 조정 가능하고, 필요 시 3년 이하 만기의 이표 국채를 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RMP는 연준이 만기가 돌아오는 무이표 국채에서 나오는 상환 자금을 다시 국채 매입에 투입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연준이 기존에 들고 있던 채권이 만기 도래로 현금이 들어오면 그 돈을 다시 국채를 사는 데 쓰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연준이 국채 매입을 재개하더라도 250억~350억 달러 정도를 예상했다”며 “내년 4월 세금 시즌 때 재무부 일반계정 (TGA) 잔액이 증가하면 지급준비금이 충분한 (ample) 수준을 하회할 수 있어서 예상보다 많이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S(주택담보대출을 묶어 만든 증권) 상환 월간 160억 달러도 주의깊게 봐야한다. MBS상환 160억 달러는 연준이 보유한 MBS에서 매달 원금이 돌아오는 규모를 뜻한다. 이 상환 자금도 일부는 다른 자산 매입에 활용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시장에 돈이 계속 순환되는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재정 측면에서도 유동성 환경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이후 미뤄졌던 재정지출이 재개되면 정부가 다시 돈을 풀기 시작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경기와 유동성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를 근거로 부과되던 일부 관세에 대해 미국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점을 주목했다. 이는 사실상 기업 입장에서 감세 효과와 비슷하게 작용한다. 관세 부담이 줄거나 사라지면 기업 이익이 늘고 남는 자금이 다시 투자와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IEEPA 관세 환급 이슈도 있다. 이미 기업들이 과거에 납부한 관세에 대해 환급 청구권을 사고파는 거래가 존재하는데, 위법 판결 이후 이런 환급 청구권 매매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관세 환급이 늘어나면 기업으로 현금 유입이 늘어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이후 통화정책이 완화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 역시 유동성 환경을 개선시키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