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 FOMC 금리 인하 기대에도 환율이 1470원대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환율을 안정화시키겠다며 전방위로 노력하는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눈길을 끌었는데, 이례적 회동의 의미와 외환시장 전망에 대해 경제부 유주안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국무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늘 아침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시간가량 만나 경제·금융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일정이 어제 퇴근 시간을 조금 앞두고 공지가 되었는데, 김민석 총리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총리가 “환율, 물가 안정 등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과 정부의 공조가 중요하니 앞으로도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해 나가자”고 당부했고요,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이 단기적 경제 안정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구조개혁 연구를 지속하고,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외부에 공개된 메시지는 원론적 수준이지만 만남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속에서도 고환율로 인한 고물가가 예상되는데, 향후 경제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엿보입니다. 11월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 목표 2.0%를 웃돈 2.4%를 기록했고, 고환율이 몇 달 시차를 두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지금 1400원 중반대를 훌쩍 넘은 영향은 내년 초에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주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됩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우리나라와 금리 차이가 축소될 텐데, 원·달러 환율이 진정될 수 있을까요?
<기자>
오는 11일 새벽 결과가 발표되는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4.0%에서 3.75%로 내려가면 2.5%인 우리나라 기준금리와의 차이가 1.25%p로 줄어들게 됩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전제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 인하 시 우리가 (금리를) 올렸을 경우에 생각할 수 있는 많은 부작용에 비해 외환시장 등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다음 주 일본은행이 0.5%인 현행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엔화 가치가 올라가며 엔화 약세에 연동한 원화 약세 현상이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다만 외환시장의 변수가 다양하고 수급 요소 영향이 과거에 비해 커졌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바로 환율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금리를 보면 기준금리 인하에 임박해 오히려 오르는 모습인데요, 10월 하순에 3%대였던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4.182%까지 올랐습니다. 달러 인덱스 역시 지난 8~9월 96pt까지 내려갔던 것에 비해 지금은 99pt로 꽤 올라와 있습니다. 이미 12월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던 상태에서 일본 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으로의 시장금리와 환율의 흐름은 이후 추가 인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점도표와 위원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됩니다. 지난 9월 점도표에선 2026년도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3.625%로 제시됐습니다. 이 전망이 12월에도 유지된다면 내년도엔 추가 금리 인하가 없거나 한 번쯤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는데, 이보다 더 완화적인 기조가 점쳐진다면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만약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드는 발언이 나오거나 위원들의 이견이 불거질 경우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겠군요, 앞으로 환율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외환시장 전문가들을 취재하면 내년 환율 수준은 14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상승 압력이 가해지면 1500원도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단기간에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본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정부와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가파른 고환율 원인이 앞서 설명드린 미 달러화 강세나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 외에도 수요·공급 측면의 쏠림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과 연기금의 해외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수출기업들은 향후 미국에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로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가 올 들어 10월까지 724억 7천만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100조 원가량 늘었고,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보유 규모가 2024년 말 702조 원에서 9월 말 798조 원으로, 역시 거의 100조 원 가까이 순증했습니다.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도 6585억 달러에서 7069억 달러로 한화 약 68조 원가량 늘었습니다. 또 이 같은 달러 수요가 지속되는 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존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 금융사의 내년도 환율 전망을 살펴보면 NH선물과 신한은행이 내년도 환율 고점을 각각 1540원, 1510원으로 제시하고 있고요,
이보다 다소 낮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일본의 미쓰비시와 미즈호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도 14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