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좌가 범죄 연루"…6억 뺏기고 '셀프감금'까지

입력 2025-12-07 15:12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근무 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10여일간 사실상 감금과 협박을 당하며 6억원이 넘는 재산을 잃는 피해를 입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에게 전화를 건 발신자는 자신을 '대검찰청 사무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등기를 보냈는데 받았느냐"고 물었다.

발신자는 "못 받았다"는 A씨의 대답에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어 다른 발신자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검찰청 검사'를 사칭하면서 "계좌가 범죄와 관계없다는 피해자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의 출입 허가증을 받아야 하니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새로 구입하고 텔레그램으로 보내는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남성은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처분을 임시로 해주겠으니 호텔로 들어가라"며 A씨가 당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호텔과 에어비앤비 숙소 4곳에서 번갈아 가면서 투숙하게 했다.

이들은 A씨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구속된다"며 윽박질렀고, A씨 휴대전화에 깔린 앱을 이용해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면서 이동 시에는 "허락 없이 어디에 가느냐"며 압박했다.

또 A씨에게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자산을 국가코드로 등록해야 한다"며 "현금보다 골드바가 처리가 빠르니 골드바를 구매해서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압박에 못 이긴 A씨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수원·안산·인천·서울 등지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총 6억2천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해 수거책에게 직접 전달했다.

A씨는 골드바를 6번째로 전달한 28일에야 사기범행임을 깨달았다. 2억원을 빌려준 누나가 상황을 이상히 여기고 직접 숙소에 찾아오면서 뒤늦게 경찰 신고로 이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며 스스로를 자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거책 2명을 검거했으며, 나머지 조직원들의 신병 확보를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A씨와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조 원을 넘어섰고,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경찰은 "공공기관은 먼저 신분을 밝히며 휴대전화 조작이나 이동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