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608억 원 과징금 중 365억 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공급가격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는 부당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면 PF 대출 무상보증과 공사 이관은 위법으로 인정돼 총 252억 원의 과징금만 남게 됐다. 과징금의 절반 이상이 취소되면서 ‘벌떼입찰’ 논란의 쟁점이 PF 보증·이익 이관 문제로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유사한 쟁점이 제기된 대방건설 사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매·무상대여는 “부당지원 아냐”…대법도 원심 유지
20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위법이라고 지적한 네 가지 중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이자 대여는 부당지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공공택지 23건을 총수 2세 회사에 공급가격으로 넘긴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옛 택지개발촉진법령상 공급가격 초과 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어 “공급가격 전매를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입찰신청금 무이자 대여 역시 회사별 820만~4,350만 원 수준으로 법원은 “실질적 이익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로써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608억 원 중 365억 원이 취소되고, 최종 확정된 금액은 252억 원이 됐다.
공정위는 2013~2015년 동안 호반건설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가한 뒤 낙찰받은 23개 택지를 총수 2세 회사에 넘겨 5조 8,575억 원의 매출과 1조 3,587억 원의 이익을 얻게 했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전매·무상대여 부분은 이번 판결로 제재 근거가 크게 약화됐다.
◇PF 보증·공사 이관은 위법 판단 유지…“2세 회사에 이익 제공”
반면 PF 대출 지급보증과 공사 이관에 대해서는 부당지원과 부당이익 제공이 인정됐다.
호반건설은 시공 지분보다 과도한 규모인 2조 6,393억 원의 PF 대출을 무상 보증했고, 공정위는 이를 “본사에 신용위험만 전가한 이례적 지원”으로 규정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경쟁 저해 우려가 있는 부당지원”이라고 밝혔다.
또 호반건설이 자신이 수행하던 공사를 중단해 총수 2세 회사로 넘긴 약 936억 원 규모의 공사 이관도 위법으로 인정됐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약 20억 원 규모의 경제상 이익이 2세 회사에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현행 공정거래법의 규율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를 동원한 입찰 구조 자체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유사하게 벌떼입찰 논란이 제기된 대방건설 사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매나 무상대여는 기존 법령으로 제재하기 쉽지 않지만 PF 지급보증·공사 이관처럼 실질적 위험을 본사가 떠안는 행위는 명백한 부당지원”이라며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어떻게 규율할지 제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