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피크아웃 우려 숫자로 잠재웠다…엔비디아, 4분기 가이던스 ‘청신호’ [될종목]

입력 2025-11-20 09:04
수정 2025-11-20 12:04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티커명 NVDA)가 순환 출자 등으로 인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던 AI 거품론과 성장 둔화 우려를 불식시키는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매출과 순이익을 공개하고, 차세대 블랙웰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 데이터센터 매출 500억 달러 돌파…“블랙웰은 없어서 못 판다”

엔비디아가 이날 공개한 3분기 매출액은 570억 1천만 달러(약 79조 원)로, LSEG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 549억 2천만 달러를 3.8%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1.30달러로 예상치 1.25달러를 넘어섰다.

핵심 성장 동력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폭증한 51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 벽을 돌파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아키텍처인 블랙웰의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고,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문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의미다.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를 통해 “블랙웰 울트라가 모든 고객군에서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기존 호퍼 아키텍처 수요도 여전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크레스 CFO는 "향후 몇 분기 동안 블랙웰을 통해 5천억 달러의 매출 기회를 보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체로 수 조 달러의 기회가 열려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에서 AI 모델의 복잡도가 증가함에 따라 GPU 간 연결을 지원하는 네트워킹 매출이 전년 대비 162% 급증한 82억 달러로, AI 클러스터 구축 수요가 폭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의 판매량은 차트를 뚫고 나갈 정도로, 클라우드 GPU는 이미 매진됐다”면서, AI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보틱스 등 물리적 AI로 확장되고 있다며 성장을 낙관했다. 황 CEO는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도 "우리가 전망치를 내놓으면 공급 업체들은 이를 믿고 은행 대출을 받아도 될 것"이라며 "그만큼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 월가 “걱정하던 두 가지 숫자, 모두 해소했다”

실적 발표 직전까지 시장은 오픈AI와 연결되어 있는 각 기술 기업간의 투자 구조가 약화하고, 엔비디아의 성장 둔화로 인한 시장 붕괴를 우려해왔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이날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시장 예상치인 616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4분기 가이던스는 월가의 위스퍼 넘버인 630억~640억 달러를 상회하는 650억 달러(±2%)로, 블랙웰 울트라에 기반한 성장 선순환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콜렛 크레스 CFO는 "지난달 TSMC와 협력해 미국 애리조나에서 첫 번째 블랙웰 웨이퍼를 생산했다"며 "앞으로 4년간 폭스코, 앰코 등과 함께 미국 내에서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 공급망 이전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자사주 매입 외에 공급망과 기술 투자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웨드부시 증권의 맷 브라이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하던 두 가지 숫자, 즉 매출 전망과 총이익률 우려를 정확히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루빈 등 차기 아키텍처 램프업 비용으로 인해 3분기 총이익률이 73.4%로 다소 주춤했으나, 4분기에는 다시 70% 중반대(75.0%)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중론도 제기됐다. 스티펠의 루벤 로이 애널리스트는 “실적은 훌륭하지만, AI 인프라 지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마케터의 제이콥 본 분애널리스트 역시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전력과 토지 등 물리적 병목 현상이 2026년 이후의 성장을 제한할지 여부”라고 짚었다.



◆ JPM·바클레이즈 "버블 아니다"…중국 리스크 해소 가능성도

빅테크 기업들의 AI 중복 투자 논란에 대해 주요 투자은행들도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AI 관련 인프라 투자는 GDP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과거 철도나 통신망 등 범용 기술 확산기 투자가 GDP의 2~5%까지 도달한 것과 비교해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지난 3분기 보고서에서 전세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향후 2조 달러, 약 2천900조 원 규모의 지출이 계획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바클레이즈는 “에너지 경쟁의 승자가 곧 AI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현재 계획된 전력 용량을 감안할 때 약 1,900만 개의 GPU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순부채 비율이 0.2배 수준으로 낮아 레버리지를 활용해 7,0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구매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실적 발표 직전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려는 의회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반도체를 중국이 아닌 미국 내 기업에 우선 공급하는 제한 규정을 풀기 위해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AI 차르가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로이터 통신은 또 다른 보도를 통해 미 상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기업들에 엔비디아 최신 칩 수출을 허가했다고 전하는 등 관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엔비디아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관련 언급을 최소화한 가운데, 중동 등 여타 국가 단위의 이른바 ‘소버린 AI’ 판로에 대한 기대도 살아나는 양상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 장에서 2.85% 상승한 186.52달러로 시가총액 4조 5,4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컨퍼런스콜이 진행된 시간외 거래에서는 상승폭을 늘려 한때 6% 가량 급등하는 등 시총 5조 달러 회복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