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월튼 이후 최고의 경영자"…기술 혁신 이끈 맥밀런 은퇴의 의미 [될종목]

입력 2025-11-15 09:40
수정 2025-11-15 09:50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월마트(티커 WMT)가 12년간 최고경영자로 회사를 이끈 더그 맥밀런(59세)의 퇴임을 전격 발표했다. 월마트 발표에 따르면 후임 존 퍼너(51세) 월마트 U.S. CEO가 내년 2월 1일 이어받을 예정이다. 창업자 샘 월튼 이후 최고의 경영자라는 찬사를 받던 맥밀런의 은퇴는 그가 벌려놓은 월마트의 미래 사업과 현재 기업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여겨진다.

현지시간 1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월마트 주가는 CEO 교체 소식에 개장 초 98달러선까지 내린 뒤 오후들어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0.06% 내린 102.23달러에 마감했지만, 오는 20일 3분기 실적 발표 일정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 물류 트럭 하역 알바에서 CEO까지…입지 전적의 41년



월마트는 맥밀런 재임 기간 매출은 43% 증가했고 주가는 310% 급등하며 S&P500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특히 올해 5월 이커머스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해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상징적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밀런의 월마트 경력은 그의 인생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4년으로 당시 16세였던 그는 시급 6.50달러를 받으며 물류 트럭 하역 작업을 하는 시간제 근로자였다. 이후 아칸소 대학을 나와 털사 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뒤 1991년 정규직으로 입사해 월마트의 정식 낚시 용품 머천다이저로 합류했다.

맥밀런은 이후 승진을 거듭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창고형 매장 샘스클럽 CEO를,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월마트 인터내셔널 CEO를 맡으며 글로벌 확장을 주도했다. 그가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동안 월마트 해외 매장은 14개국 3,300곳에서 26개국 6,300곳으로 늘었다.

2014년 아마존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월마트의 5번째 CEO로 선임된 맥밀런은 취임하자마자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2016년 이커머스 스타트업 젯닷컴(Jet.com)을 33억 달러에 인수하며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섰고, 4천여곳이 넘던 기존 매장을 풀필먼트 센터로 전환해 배송망을 확충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구매 후 매장 픽업, 커브사이드 픽업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 소비자를 모두 아우르는 옴니채널 시스템으로 아마존의 위협을 방어해왔다.

이커머스 부문은 이러한 10년간의 투자로 올해 5월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매장 기반 배송과 마켓플레이스 수수료, 신규 확장 중인 광고 사업인 월마트 커넥트가 수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 기술 기업 선언 2년 만에…이커머스 흑자 전환



맥밀런이 완성한 전략의 핵심은 '두 개의 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통적인 상품 판매 대형 매장은 비용이 크게 들고 마진은 낮지만 고객 유입을 담당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이와 별도의 수익 축으로 광고, 멤버십, 마켓플레이스, 데이터 분석 등 고마진 신규 사업을 묶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소비자, 공급업자를 연결하는 구상이다.

월마트는 이러한 사업 축이 서로 선순환, 즉 플라이휠(Flywheel)을 돌리며 수익을 끌어올리도록 재편해왔다. 가령 광고와 멤버십에서 확보한 고마진을 ‘매일 최저가’ 즉, 에브리데이 로우 프라이스(EDLP) 정책 유지와 배송 속도 개선에 투입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경쟁사대비 가격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며 이커머스 트래픽이 증가한다. 그리고 늘어난 트래픽은 다시 광고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실제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매장 기반 배송은 50% 증가했으며, 미국 도심 외곽 매장에서도 배송의 3분의 1은 3시간 이내에 완료하도록 촘촘해졌다. 또한 20퍼센트는 30분 이내 배송으로 집집마다 라스트마일 배송 단계에서 아마존, 도어대시 등에 뒤지지 않는 속도를 구축했다.

지난 2분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증분 이익의 50퍼센트가 광고, 멤버십,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맥밀런은 지난해 CES와 최근까지 이어진 월가 컨퍼런스 등에서 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강조하고, "AI와 데이터 플랫폼이 차세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맥밀런은 2년 전 CES에서 월마트를 기술 기업으로 재정의한 뒤 생성형 AI 투자를 확대했다. 자체 개발한 고객용 AI 어시스턴트 스파키(Sparky)에 이어 지난 달에는 오픈AI와 제휴를 맺어 본격적인 인공지능 기반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미 사무 직원 5만 명을 대상으로 한 마이 어시스턴트(My Assistant)를 통해 문서 요약과 초안 작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샘스클럽에는 영수증 검사를 없앤 AI 자동 출구 시스템이 설치하는 등 비용 절감에 적극적이다.

맥밀런은 지난 달 골드만삭스 주최 컨퍼런스에서 “매번 사는 계란과 케첩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며 “몇 년이 아닌 몇 개월 내에 단순 검색을 넘어 AI가 고객 의도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존 퍼너가 물려받는 과제…AI와 로봇, 데이터 플랫폼



후임 퍼너 CEO가 이어받을 핵심 과제는 맥밀런이 설계한 3대 신사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나는 2026년까지 약 5,200여곳의 미국 매장 66%에 공급하는 물류 센터 자동화다. AI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로보틱스 기술로 상품을 유통하는 저비용 구조의 완성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 수익화 전략을 완성하는 것도 다음 경영진의 몫이 됐다. 10여년간 모아온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한 월마트 루미네이트(Walmart Luminate)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월마트는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P&G 등 공급업체와 브랜드에 시장 동향, 각 제품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비지오(VIZIO) 인수를 통한 광고 전략의 확장도 존 퍼너 차기 최고경영자가 운영할 핵심 사업이다. 기존 월마트 광고는 구매 직전 검색에 집중된 광고 수익을 노려왔지만, 현재 비지오 인수 이후 소파에 앉아 TV를 켠 소비자가 광고를 통해 유입되는 경로에 집중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월마트는 소비자 인지 초기단계인 TV 광고 영역을 늘리고, 자체 저가 브랜드 TV인 온(onn.)에 비지오 OS를 탑재해 광고플랫폼 통합을 시도 중이다. 이는 아마존이 파이어 TV 등으로 시청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과 같은 전략으로, 온라인 검색, 최종 구매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두고 경쟁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오는 20일 월마트의 3분기 실적을 앞두고 시장은 미국의 소비 시장의 둔화 여부, 관세 효과의 지속 여부 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월마트는 조정 주당순이익(EPS) 68센트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74센트를 밑돌았다. 하지만 법적 배상 청구와 관련된 4억 5천만 달러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면서 주가는 지난달까지 100달러선의 상징적 가격에서 움직여왔다. 맥밀런의 갑작스러운 퇴임 발표로 이 흐름이 깨진 만큼, 이번 3분기 실적과 컨퍼런스콜은 향후 월마트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월가 반응 엇갈려…"의심할 것 없다" 낙관론 우세하지만 우려도



유통 거인을 기술 기업으로 만든 맥밀런의 퇴임 발표로 인한 시장의 출렁임과 달리 월가 바이사이드 보고서는 여전히 긍정적 평가 일색이다. 시장분석기관인 LSEG가 집계한 44개 기관의 투자의견을 보면 강력 매수 32%, 매수 66%이고 매도 의견은 제시되지 않았다.

모건스탠리의 시미언 거트먼 애널리스트는 "이번 승계에 대해 전혀 의심할 것이 없다"며 "옴니채널 시대에서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로 넘어가는 자연스러운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거트먼은 월마트가 아마존에 밀리던 단순 소매점에서 이커머스와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며 역사적 평균(21배)을 뛰어넘는 현재의 주가수익비율(P/E) 37.3배는 정당하다고 분석했다.

CFRA는 경영진 교체 발표 이틀 전 월마트를 '미 증시 최선호 10개 종목' 중 하나로 선정했다. 아룬 순다람 애널리스트는 "매출 성장을 앞지르는 영업이익 성장이 인상적"이라며, “2026년은 미국 이커머스 흑자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픈AI와의 제휴를 통한 AI 전략과 고마진 신사업의 성장을 근거로,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도는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수용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모닝스타는 월마트에 대해 매도 의견에 해당하는 ‘별 1개 등급’을 부여했다. 모닝스타는 “시장이 월마트의 신규 사업에서 엄청난 마진 이익을 기대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오히려 아마존, 쉬인, 테무 같은 디지털 기반 경쟁자들이 월마트의 전통적 고마진 영역인 재량 소비재 시장을 잠식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재 월마트는 전 세계 1만 797곳의 매장을 운영 중으로 미국 내에는 4,606곳, 샘스클럽 600곳 등 총 5,206곳이 있다. 중국과 남미 등을 포함한 글로벌 매장 수만 해도 5,591곳에 달한다.

물류 트럭 하역 아르바이트에서 시작해 41년 만에 글로벌 유통 기업을 기술 기업으로 전환시킨 맥밀런의 여정은 끝나고, 그가 열어젖힌 기술 기업으로의 완성은 후임 존 퍼너의 몫이 됐다. 다음 경영진이 물려받을 재무 성과의 견고함,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오는 3분기 실적 발표가 CEO 리스크를 겪은 월마트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