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케이팝(K-POP) 아티스트들이 주요 부문 후보에 대거 이름을 올리자 "케이팝이 드디어 주류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 따르면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히트곡 '아파트'(APT.)가 올해의 노래·레코드를 포함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Golden)은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는 신인상 후보로 지명됐다.
케이팝 장르·팀이 그래미 측에서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로 분류하는 올해의 노래·레코드·앨범·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그래미 2026: K팝이 드디어 주요 부문에 지명됐다"는 제목의 기사로 케이팝의 약진을 조명했다. 신문은 "다수의 아티스트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올라 케이팝이 주류 팝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며 "이런 변화는 그래미 심사위원들이 케이팝을 팬덤 중심 현상이 아닌 예술적 가치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부상 이후 그래미는 케이팝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주요 부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올해는 케이팝을 기반으로 한 여러 아티스트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이는 그래미(레코딩 아카데미)가 케이팝을 팝 음악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지 포브스 역시 "케이팝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역사적으로 외면받아왔다"며 "지난 10년간 글로벌 현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르는 음악계의 가장 큰 행사에서 안타깝게도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던 것이 올해는 달라졌다"며 "케이팝과 연관된 뮤지션들이 사상 처음으로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또 "'아파트'와 '골든'의 후보 지명은 역사적이지만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이 두 곡은 그래미 후보 자격이 있는 기간에 가장 성공한 곡들 사이에 있었다"고 했다.
다른 매체 골드더비는 "케이팝 장르가 과거 레코딩 아카데미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지난해 팬들은 BTS의 솔로 아티스트 정국, RM, 지민이 인정받길 바랐지만, 그들은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영화 사운드트랙에 수여하는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는 "수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이 사운드트랙의 성공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면 케이팝 장르의 승리임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한편 레코딩 아카데미의 이러한 변화에는 회원 구성의 다양성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카데미는 최근 3천800여명의 신규 회원을 영입했으며, 이 중 절반은 39세 이하, 58%는 유색인종, 35%는 여성이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라틴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전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대표성을 강화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후보·수상자 선정에 투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은 약 1만5천명 규모다.
(사진=[CJ ENM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