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국내 증시는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AI 버블론을 촉발한 '팔란티어 쇼크'로 뉴욕 증시가 하락한 데 이어 금과 가상자산 시장까지 일제히 흔들리며, '에브리싱 랠리'에서 '에브리싱 쇼크'로 한순간 뒤바뀌는 것은 아닌지 시장의 공포감이 커졌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먼저 국내 증시부터 정리해보죠.
코스피는 우려했던 낙폭을 다소 회복하며 마감했습니다만, 장 초반 코스피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약 7개월만이죠?
<기자>
네, 오늘 코스피는 장 중 한때 6% 넘게 낙폭을 키우며, 4000선과 3900선을 연이어 무너뜨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는데요. 지난 4월 7일 이후 7개월만이었습니다. 이 이전은 지난해 8월 5일 이었구요. 사이드카는 코스피 200선물 지수가 5% 이상 상승/하락할 경우(1분간 지속) 일시적으로 거래를 멈추는 조치인데, 그만큼 장 초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졌습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불거진 AI 버블론 논란이 외국인 매도세와 더해진 까닭인데요.
지수가 반전한 것은 오후장 개인이 강력한 매수세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2조 4천억원 순매수세를, 외국인은 2조 6천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코스피는 2.85% 떨어진 4004.42로, 코스닥은 2.66% 하락한 901.89로 장을 마쳤습니다.
아시아 증시의 경우 장중 5만엔 선이 무너졌던 일본 닛케이 225도 낙폭을 줄이며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소폭 상승하는 보합권을 나타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이 한때 10만달러 지지선이 붕괴되면서 지난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이 역시 낙폭을 대부분 되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국내 증시는 개인이 외국인과 줄다리기에 나서며 우려 이상의 '검은 수요일'은 막았다고 볼 수 있는데,
외국인들이 어제 오늘 이틀 동안 5조원 가량 팔았습니다. 어떤 종목들을 팔았나요?
<기자>
오늘과 어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역대 순위 중 4위와 6위권에 각각 자리할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LG씨엔에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자리했는데, 특히 SK하이닉스만 1조2천억원 넘게 순매도세가 집중됐습니다. 반면 순매수 상위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하이브 등이 자리했고요.
개인이 산 종목들을 보면 정확히 외국인 매도 종목과 일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순매수 상위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LG씨엔에스, 그리고 KODEX 레버리지 ETF가 자리했습니다.
나스닥에서도 AI 고평가 논란이 커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한데다, 원달러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로서는 투매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세를 외국인들이 주도해왔다면, 이제는 개인이 주도하는 매수세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문제는 그간 국내 증시 상승세가 큰 고비없이 4200선까지 올라온 만큼, 조정 장세가 얼마나 강하게 찾아올 지 우려된다는 부분인데요.
또 미 증시의 하락폭도 두드러지고 있는데, 최근 하락의 이유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기자>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AI 거품론, 미 정부의 셧다운, 그리고 레버리지 투자의 숨고르기라고 진단하는데요.
먼저 AI 고점론은 최근 빅테크들의 어닝 시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I 기업들이 대부분 3년 치의 AI 관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을 발행해 빚을 내서라도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고요.
여기에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의 CEO 등 월가 거물들이 AI 주가 과열 논란에 참전하며, 미 증시가 향후 10~15%, 크게는 20%의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전망을 내놓은 것도 투심을 위축시켰습니다.
또 미국의 경우 현재 역사상 최장 기간의 셧다운 기록을 쓰고 있죠. 이 여파로 10월 미 구인건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4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셧다운으로 월간 고용보고서나 실업률, CPI 등 미 경기 지표가 발표되지 않는 부분도 12월 FOMC를 앞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레버리지 투자, 빚투가 이슈가 되고 있죠. 어제 금융위원회의 권대영 부위원장은 "빚투도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는데요.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5조5천여억원에 달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찍었던 사상 최고치에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오늘과 같은 롤러코스터 장이 더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과도한 투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은 단순한 조정일지, 대세 상승장의 끝물일지 일텐데, 증권가에선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기자>
국내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것도 미 정부의 셧다운 종료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로 풀릴 유동성, 그리고 여기에 국내 증시의 경우 코스피 뿐 아니라 코스닥까지 증시 온기가 퍼져갈 수 있게 하려는 우리 정부의 자본투입 정책입니다.
KB증권은 "대세 상승장 속에서도 단기 조정은 불가피했다"며 "12월 FOMC가 조정의 마지막을 만들지, 반등의 트리거가 될 지 주목하고, 연말에 발표된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우리 정부의 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을 주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11월은 보수적인 대응을 유지하되, 12월 초중순부터 다시 강세장이 재개될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증권도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중장기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양호하고, 반도체 수출과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 추세 등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설명했고요.
신한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 영향, 금리인하 불확실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당분간 나타날 수 있으니 당분간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