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달라는 고정밀 지도, 지금은 절대 주면 안 됩니다" [우동집 인터뷰]

입력 2025-11-08 08:00
수정 2025-11-09 20:32
최진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인터뷰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것은 우리의 고정밀 지도다. 이른바 1대 5천 축척 지도로, 50m 거리를 지도상에 1cm로 줄여 표현하기 때문에 국가 주요 시설과 지형지물이 고스란히 드러나 길찾기 서비스는 물론 자율주행, 로봇·드론배송, 각종 O2O 서비스의 질이 확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우리 정부는 안보 우려를 들며 거듭 반출을 불허했지만, 구글은 1대 5천 축척 지도가 국가 기본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지도를 주는 대신 국내에 데이터센터라도 지으라고 했더니 그건 또 싫다며 억지를 쓰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대한 정부의 결론이 다음 달 나온다. 2007년, 2016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설상가상으로 12월에는 애플에게도 답을 줘야한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공간정보 산업 환경 속에서 지도 데이터를 내어주든, 내어주지 않든 출혈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지금은 고정밀 지도를 개방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연착륙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와 구글의 꾸준한 탐욕을 파헤치고 빅테크 공룡에 맞서는 현명한 대처를 논해본다.

Q. 구글이 반출 신청한 고정밀 지도에 대한 정부 결정이 11월11일, 애플은 12월8일 각각 나온다. 특히 구글은 2007년부터 거의 20년 째 요구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우리 고정밀 지도를 원하나?

구글이 말하는 것처럼 해외 관광객들의 길 안내를 위해서가 주된 목적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그건 단지 명분이겠죠. 근본적으로 공간정보 산업, 스마트 시티라든가 자율주행이라든가 그 다음에 O2O 시장들, 심지어 로봇 배송이라든가 드론 배송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지도하고 관련이 있거든요. (구글 입장에서는) 지금 저희가 공개하고 있는 1대 2만 5천 축척 지도로는 세부 서비스를 탑재하기에 한계가 있죠. 그래서 그것들을 좀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1대 5천 축척 지도를 요구하고 있는 거 아닌가.

Q. 그렇게 갖고 싶으면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되지 않나? 국정감사에서도 그렇고 위성 사진에 가림 처리는 하겠다면서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야 하고 우리나라 법안 틀 속에 들어와야 하니까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요. 그 다음에 소득의 상당 부분이 밝혀지고 또 거기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겠죠. 그러니까 최대한 데이터센터 없이 가져갈 수 있으면 구글 입장에서는 이득이니까.

Q. 구글은 한술 더 떠 우리 1대 5천 축척 지도가 고정밀 지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정밀 지도라고 하는 건 지도 안에 들어가는 레이어를 얼마만큼 상세한 걸로 정의하느냐입니다. 그래서 (구글이 주장하는대로) 1대 5천 축척 지도는 고정밀이 아니고 1대 1천 축척 지도는 고정밀이다라고 하는 구글의 정의는 잘못된 거고요. 정밀도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1대 2만 5천 축척보다는 1대5천 축척이 고정밀이고요. 1대5천보다는 1대1천이 고정밀이죠. 사실 1대1천 축척 지도를 가지고도 자율주행은 못합니다. 왜냐하면 도로폭과 도로중심선 정도가 나오지 차선이 나오지 않거든요. 따라서 1대5천 축척 지도도 도로중심선과 도로폭이 나오기 때문에 1대 1천 축척 지도와 레이어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1대 1천 축척 지도는 레이어가 한 107개. 1대 5천 축척 지도는 한 92개 정도의 레이어가 있어요.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고요.

Q. 그럼 1대 5천 축척 지도보다 정밀한 지도를 또 달라고 할 수도 있나?

지금 1대 5천 축척 지도를 달라고 하는데 1대 5천 축척 지도를 가지고도 도보 길안내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횡단보도가 1대 5천 축척 지도에는 없어요. 횡단보도 레이어는 1대 1천 축척 지도에 있습니다. 인도와 육교는 1대 5천 축척 지도에 있기 때문에 길 안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데 횡단보도까지 있어야 사람이 어떻게 길을 걷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러면 1대 1천 축척 지도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구글은) 곧 이어서 1대 1천 축척 지도도 달라고 하겠죠.

Q.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했다가 자국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은 프랑스와 호주처럼 될 가능성은.

가까운 일본 사례가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1대 5천 축척 지도 데이터를 반출한 건 아니고요. 국가에서 젠린이라는 회사를 통해 구글과 계약을 맺어서 반출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2019년 이후 구글과 젠린의 계약이 종료됐어요. 그 얘기는 뭐냐면 구글이 1대 5천 축척 지도 데이터를 일본에서 가져가서 자기네 위성영상과 AI기법으로 스스로 갱신해서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라고 봐야 되는 거고요. 국가적인 데이터를 실제로 구글에서 갱신을 하고 있다고 봐야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가에서 이중 투자를 하게 되는 거죠. 구글이 아마 일본 국내 지도를 굉장히 싼 가격으로 배포를 하게 되면 일본 내에 지도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다 망하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보면 구글에 종속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됩니다.

Q. 단순히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데이터 주권이 넘어간다?

지도 관련해서 기업의 유형을 한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거든요. 첫 번째는 지도를 생산하는 기업들. 항측 회사로 대표되는데 그런 기업들이 있고요. 그 기업들은 주로 국가에서 지도 갱신이나 새로운 지도 생산하는 사업들을 발주받아서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기업들이 일단은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거고요. 그 다음에 그렇게 생산된 지도를 가져다가 웹서비스를 해서 다양한 광고 수익이라든지 부가서비스라든지 이런 것들로 수익을 얻고, 지도 서비스 자체로 API를 통해서 수익을 얻는 게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의 형태고요. 세 번째 유형은 그 지도 서비스를 활용하는 자동화 기업, 배송 기업, 스마트 시티라든지 자율주행 등을 영위하는 기업들.

구글이 지도를 자체 갱신하기 시작하면 국가에서 지도 생산하는 항측 회사들한테 매년 거의 1천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서 지도를 생산하고 갱신하는데, 그걸 구글에서 자체 생산하면서 한국 정부한테 우리가 100억 원에 준다고 한다면 정부도 비용 효율화를 해야 하니까 10년, 20년 지나면 항측 업체들은 없어질 거고요. 그러면 구글에 지도가 종속되겠죠. 그게 국방부나 국정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그때 가서 구글이 다시 우리한테 한 2천억 원, 3천억 원 받겠다고 비용을 올리면 한국 정부에서 다시 항측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이상한 구조가 되겠죠.

Q. 네이버나 카카오가 구글만큼 경갱력을 갖추면 되지 않을까?

네이버는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한 중견기업쯤 될까요? 그런데 (세계에서는) 대기업하고 경쟁해야 하니까. 일단 네이버는 API 서비스를 국내 기업들한테 받지만 구글은 글로벌 기업들한테 받잖아요. 그리고 거기에 광고 수입이 붙으니까 거기도 마찬가지로 물량 공세가 들어와서 국내에 있는 광고, 지도 API 서비스를 가져가고 나면 카카오나 네이버도 그 사업을 접어야 되겠죠. 그러고 나면 구글에서 다시 금액을 올리겠죠. 그러니까 자본의 논리상 기업의 규모가 공정한 경쟁이 안 되는 구조로 갈 게 보인다. 자율주행 등 자동화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에 지도 API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구글이 비용을) 갑자기 확 올려버리면 그걸 견뎌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산하겠죠.

Q. 그렇다고 지도 반출을 영원히 막을 순 없어 보인다.

데이터는 오픈해서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죠. 우리도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야 하니까. 다만 그거에 맞는 장치들을 만들어 가야겠죠. 가장 우선적인 게 법인 거고요. 예를 들면 지적재산권을 어떤 식으로 부여할지, 그것으로부터 창출되는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세금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단적으로 미국에서는 지금 관세를 높이면서 미국 영토 안에서 생산하면 관세 없이 하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관세를 높게 받아서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거잖아요. 저희도 그런 방식이 가능할 것 같거든요. 가령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비싸게 사가라. 국내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대신 국내에서 세금 내는 기업들은 그 세금 가지고 포인트를 주겠다.

그 다음에 레이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축척 가지고 조정을 하고 있거든요. 공간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서 1대 2만 5천 축척은 허용돼 있고, 1대 5천 축척도 사실은 관광 및 특수 목적으로는 허용할 수 있게 돼 있어요. 그래서 관광 목적으로는 레이어를 일정 부분 축소 편집해서 줄 수 있어요. 지금도 가능한 방법인데 구글이 반출을 해달라는 게 특정 레이어가 아닌 1대 5천 축척 지도 자체를 반출해달라고 하니까 계속 문제가 생기죠. (통상 압력 때문에) 협상에서 밀려서 (데이터를) 오픈할 수밖에 없으면 3~4년 정도 단계별로 하겠다. 첫 해에는 이런 레이어 두 번째에는 이런 레이어 그 사이에 법률을 개정한다는 지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으로선) 급격한 개방은 최대한 막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영상취재: 김재원, 영상편집: 정지윤, CG: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