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가면 잘해주는데"…이공계 두뇌 '탈한국'

입력 2025-11-03 12:34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 43% "3년내 외국 이직 고려"


우리나라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 10명 중 4명 이상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거나 이미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우리나라 이공계 석·박사급 1천91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2.9%가 "향후 3년 내 외국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5.9%는 구체적 외국 이직 계획을 수립했거나 현재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이었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48.7%)에서 이직 고려율이 가장 높았고, IT·소프트웨어·통신(44.9%)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경쟁력 우위에 있는 조선·플랜트·에너지(43.5%)조차 40%를 넘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72.4%)·30대(61.1%)·40대(44.3%) 순으로 젊은층일수록 해외 이직 의향이 강했다. 실제로 계획을 짜고 있는 인력의 비율은 30대(10.4%)에서 가장 높았다.

해외로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1∼3순위)로는 66.7%(3순위까지 합)가 금전적 이유를 꼽았다. 이어 연구 생태계·네트워크(61.1%)·기회 보장(48.8%)·자녀 교육(33.4%)·정주 여건(26.1%) 순이었다.

해외 체류 중인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 778명도 함께 조사한 결과, 연구환경·근무 여건·연봉 만족도에서 해외 체류자의 만족도가 국내보다 약 1.5배 높았다. 연봉 역시 큰 격차를 보였는데, 해외 체류자는 근무 13년 차에 평균 36만6천 달러를 받았지만 국내 체류자는 19년 차에 12만7천 달러 수준에 그쳤다.

한은은 소득·고용 안정·승진 기회에 대한 만족도가 '보통'에서 '만족'으로 개선(5점 척도 기준 1단위 상승)될 경우 해외 이직 확률은 각 4.0%포인트(p), 5.4%p, 3.6%p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성과에 기반하고 유연한 임금·보상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도 인적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