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지연 의혹을 수사하며 1일 오동운 공수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오 처장은 이날 오전 9시 24분께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혐의를 인정하는지를 묻는 취재진 말에 "정상적인 수사 활동 과정의 일"이라고 답했다.
'대검 통보를 1년이나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 '사전에 무죄로 결론 내리신 것인지' 등의 질문에 "조사받으면서 자세히 얘기하겠다"고만 말했다.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오 처장이 대검찰청에 1년가량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지연시킨 혐의(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벌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고발됐다.
송 전 부장검사가 당시 공수처 차장 대행이라 채상병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기에 해당 발언은 위증이라는 주장이다.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친윤 검사'로 꼽힌다. 2009년에는 대구지검에서, 2011년에는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다. '특수통' 검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표를 변호한 적이 있는데도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 수사를 착수한 지 약 1년이 넘도록 직무회피 신청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공수처가 국회 법사위로부터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불과 몇일만에 송 전 부장검사가 무죄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정황도 특검팀은 파악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는 이를 오 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오 처장에게 송 전 부장검사를 감싸주기 위해 대검 통보를 미룬 것인지,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수처가 사전에 무죄 결론내린 것은 아닌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특검팀은 이 사건에 연루된 박 전 부장검사, 이재승 공수처 차장, 송 전 부장검사를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표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과 여전히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인지 묻는 취재진에 "제가 임 전 사단장을 만난 적도 없고 구명로비를 한 적도 없다"며 "황당한 얘기"라고 답했다.
두 사람을 술자리에서 봤다는 참고인 진술에 대해서도 "그들이 어떤 이유로 허위진술을 했는지는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을 채상병 순직 사건의 혐의자 목록에서 제외되는 과정에 힘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우 박성웅씨 등 다수의 참고인으로부터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과거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측근 A씨와 함께 한강변에서 휴대전화를 파손하려 한 혐의로도 이 전 대표를 입건했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구속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직접 관리해준 인물이자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지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