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찬물을 끼얹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는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보다 10포인트(p)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상승 폭도 지난 2022년 4월(10p) 이후 가장 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해 1년 후 전망을 반영하며,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폭이 커지며 지수도 상승했다고 한은이 밝혔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조사 기간이 14일부터 21일까지였는데, 응답의 75% 정도가 첫날인 14일에 이뤄졌다"며 "10·15 부동산 대책에 관한 소비자들의 의견이 지수에 전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6·27, 9·7, 10·15 등 줄줄이 쏟아졌는데도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오르고 있는 것과 대해 "지수 상으로는 6월 수치인 120보다 조금 높아진 수준"이라며 "소비자들의 주택 가격 기대 심리가 그 이전 수준까지 오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현재 부동산 시장에 기반해 많이 응답한다"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월(110.1)보다 0.3p 내린 109.8로 집계됐다. 한미 무역 협상 장기화, 미·중 무역 갈등 재부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수는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 6월(108.7) 이후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이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며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9월 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향후경기전망(94)이 3p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96), 생활형편전망(100), 가계수입전망(102), 소비지출전망(110), 현재경기판단(91)은 전월과 같았다.
금리수준전망지수(95)는 환율 변동성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2p 올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4∼21일, 전국 2천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진=연합뉴스)